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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1층 주차장서 담배 피우는 고딩 남녀 4명, 훈계했더니 2시간 만에.

뉴시스

입력 2019.12.05 09:00

수정 2019.12.05 10:01

"담배 피우지 말라" 훈계 후 보복성 괴롭힘 이어져
검찰, 피해자에 실효성 있는 추가 피해 지원 조치 마련키로
[전주=뉴시스]윤난슬 기자 = 가해 학생들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과 집 초인종을 누르는 모습.(사진=보배드림 홈페이지 캡쳐)
[전주=뉴시스]윤난슬 기자 = 가해 학생들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과 집 초인종을 누르는 모습.(사진=보배드림 홈페이지 캡쳐)
[전주=뉴시스] 윤난슬 기자 = 최근 집 앞에서 교복을 입고 담배를 피우는 학생들을 훈계했다가 오히려 보복성 괴롭힘을 당한 30대 남성의 글이 인터넷에 올라와 연일 파문이 일고 있다.

이 남성은 "이번 일로 아내가 정신과 치료를 받을 정도로 힘들어하고 있지만, 정작 가해 학생들은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을 뿐 여전히 인근에서 담배를 피우며 아무 일 없는 듯 잘 지낸다"라며 고통을 호소했다.

이번 사건이 언론을 통해 확산하자 검찰은 피해 가정을 위한 심리치료 및 치료비 지원 등 좀 더 실효성 있는 추가 피해자 지원 조치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전주지검은 5일 "피해자가 희망하는 방향에 따라 형사조정 등 절차 지원을 통해 가해 학생들로부터 추가적인 충분한 사과 표명을 받을 수 있게 조치하거나 피해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법률적 지원 방안 등을 향후 피해자와 상의해 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가 안내받은 범죄 피해자 지원 방안의 세부 내용을 잘 파악하지 못한 부분이 있던 것으로 보고 추가 면담을 통해 지원 조치 내용 등을 더 상세히 안내하고 실질적인 도움이 될 내용을 함께 발굴해 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최근 자동차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고1 남학생 무리들이 주거침입, 재물손괴 사건'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면서 누리꾼의 공분을 샀다.

다세대 주택 2층에서 아내와 함께 두 딸을 키우고 있다고 소개한 글쓴이 A(37)씨는 자신의 집 앞에서 교복을 입고 담배를 피우는 학생들에게 훈계했다가 보복성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사건은 지난 7월 10일 전북 전주 시내 한 건물 1층 주차장에서 시작됐다.

A씨는 교복을 입은 남녀 고등학생 4명이 주차장에 모여 담배를 피우는 것을 보고 "담배 피우지 말아라"고 훈계했다.

학생들에게 날린 이 짧은 한마디가 평화로웠던 가정을 뒤흔들어 놓았다. A씨에게 앙심을 품은 학생들이 집을 찾아와 보복한 것이다.

그는 "그렇게 학생들에게 훈계하고 끝났다고 생각한 사건이 이렇게 우리 가족을 힘들게 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하소연했다.

A씨에게 훈계를 들은 학생들은 2시간 만에 다시 주차장으로 되돌아와 담배를 피웠고, 불씨가 꺼지지 않은 꽁초를 거실 창문에 여러 차례 던졌다.

이틀 뒤 이들은 초인종을 반복적으로 누르고 달아나는 등의 장난을 치고, 집 주변에 있는 돌멩이를 창문으로 던지거나 불이 붙은 담배꽁초를 투척했다. 이런 행위는 이틀간 지속됐다.

[전주=뉴시스]윤난슬 기자 = 가해 학생들이 피해자 집에 버린 담배꽁초 모습.(사진=보배드림 홈페이지 캡쳐)
[전주=뉴시스]윤난슬 기자 = 가해 학생들이 피해자 집에 버린 담배꽁초 모습.(사진=보배드림 홈페이지 캡쳐)
참다못한 A씨는 결국 경찰에 신고했고, 이후 출동한 경찰관이 학생 중 한 명을 검거했으나 해당 학생과 부모의 태도는 더욱 그를 화나게 만들었다.

아들이 붙잡혔다는 소식을 들은 가해 학생 어머니는 "우리 아이가 그랬다는 증거가 있느냐. 왜 죄 없는 아이를 잡아 온 거냐"며 목소리를 높였고, 가해 학생도 "나는 잘못한 게 없는데 잡혀 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처구니없는 답변에 A씨는 1층 주차장 폐쇄회로(CC)TV를 확인했고, 영상에는 그간의 악행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A씨는 이러한 증거자료를 경찰에 제출했고, 학생들은 주거침입과 재물손괴 혐의로 검찰로 송치돼 지난 9월 26일 '청소년 비행 예방센터 교육 이수' 조건으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A씨의 부인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불안장애와 우울증 등의 증세로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

A씨는 "해당 학생들이 집 근처에 거주 중이라 오다가다 자주 보게 된다. 그래서 아내는 내가 없으면 집 밖에 나가지도 못한다. 택배원이든, 우체국 집배원이든 그 누구에게도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며 "아내의 불안감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고 내가 집에 없으면 어린 두 딸을 데리고 모든 문을 걸어 잠근 후 안방에 들어가 나오지도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가해 학생들에게는 청소년 범죄 예방 프로그램 이수 조건으로 기소유예 판결이 내려졌다"면서 "경찰과 검찰, 해당 학교, 전북교육청 등 이번 사건에 대한 대처가 너무 아쉽다"고 짚었다.

또 "전북교육청에 해당 학생들 처벌을 요구했지만, 학교 측에서 학폭위를 연 뒤 자체적으로 처벌 여부를 결정한다고 했다"면서 "해당 학교 교장과 통화했는데 판결이 나오면 처벌을 할지 결정하겠다고 해놓고 판결이 났는데도 아무런 답변도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가해 학생들이 반성하는 모습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A씨는 "나는 큰 걸 바라지 않는다. 아이들의 진심 어린 반성을 듣고 싶었으나 그 어떤 학생도, 그들의 부모도 우리에게 사과를 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며 "여전히 해당 학생들은 집 앞 어린이공원에 모여 똑같이 담배를 피우고 떠들고 아무 일 없듯이 잘 지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민사소송이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민사소송도 해보려 준비 중이고, 내년 초에는 사는 곳에서 멀리 이사를 하려고 한다"며 글을 맺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당시 학생들이 전과 없는 고등학생들이고 부모 등 보호자와 함께 반성 및 사과 의사를 표명한 점에 따라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면서 "다만 범행을 야기한 정황에 포함된 부정적인 요소들을 고려해 단순 기소유예 처분이 아닌 전문기관에서 전문교육을 이수하도록 하는 것을 조건으로 강화된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대상자라고 하더라도 다짐(서약)을 어기는 경우 재수사를 통해 다시 처벌될 수 있다"며 "만약 경찰이 추가 범행을 입건해 송치하는 등 재범이 입증되거나 전문 교육을 이수하지 않는 등 유예의 전제 조건을 위반했음이 확인되면 수사 절차가 재개돼 더 강화된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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