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 韓대표 "협상서 美 무역·주한미군 거론 無"
다만 "美 입장은 무변"..인상 압박은 거셌을 가능성
美 무리한 요구에 대한 우려 표명도 잇따르고 있어
오는 5차 회의는 12월 中 한국서 열리고 결정해
다만 "美 입장은 무변"..인상 압박은 거셌을 가능성
美 무리한 요구에 대한 우려 표명도 잇따르고 있어
오는 5차 회의는 12월 中 한국서 열리고 결정해
미측과 4차 회의를 끝내고 귀국길에 오른 정은보 방위비분담협상대사는 5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인근 덜레스 공항에서 취재진들과 만나 이 같이 밝히며 "이견을 좁혀가야 하는 상황이고 구체적 결과에 도달한 것은 아니며, 다만 상호이해의 정도는 넓혀나가고 있다"고 답했다.
정 대사는 "미국 입장에서는 아직 구체적인 결과물을 만들기 전까지 (분담금 인상)입장이 유지되고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면서 미 협상대표팀이 여전히 수용 범위를 벗어난 분담 폭증을 요구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번 11차 SMA 협상에서 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은 SMA 틀 속에서 공평하고 공정한 수준의 분담만을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대사는 이날 이 원칙에 대해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협상의 진전 상황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꺼렸다.
정 대사는 또 미국이 방위비분담 협상과 무역 문제와 주한미군 철수 등을 연관 짓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협상 과정에서 미 협상대표단이 한국의 경제와 안보에 아킬레스건과도 같은 통상·관세 문제와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협상 지렛대로 쓸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주한미군이 전부 주둔하려면 한국이 방위비를 더 내야 한다고 발언했고,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을 상대로는 방위비를 증액하지 않으면 무역 부문에서 조치를 할 것처럼 압박했기 때문이다.
올해 방위비분담 협상 과정에서 미측은 우리측에 현행 분담금인 1조389억원의 5배도 넘는 50억 달러(약 6조원)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식선을 까마득히 뛰어넘는 폭증으로 이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다.
동맹국에 대한 미국의 기여 대가를 받아내겠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이다. 미국 내부에서도 의회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적정 수준의 인상은 불가피하나 동맹국을 몰아붙이는 과도한 분담 압박 정책은 미국과 동맹국과의 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윌터 샤프 전 주한미군 사령관 역시 5일(현지시간) 한미경제연구소 대담에 참석해 "동맹이 가장 중요한 것이고, 동맹의 가치가 협상 전체 논의에 포함돼야 한다"면서 "돈 몇 달러에 동맹을 포기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발언을 했다.
샤프 전 사령관은 한국의 분담금이 폭증한다면 그 재원은 국방예산에서 나올 것이고 결국 미제 무기 구입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방위비 지출이 많은 나라로, 이는 미국의 어느 동맹보다도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번 4차 회의는 한 달에 한 번 협상을 진행했던 점에 비춰 사실상 올해 마지막 협상이 될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서도 한·미는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고 이달 내 5차 회의를 한국에서 갖기로 했다. 세부 일정은 추후 양국 외교채널을 통해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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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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