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시각장애인 A씨(46)는 지난해 한 시각장애인 단체 사무실에서 단체임원들과 심한 말다툼을 벌인 끝에 업무방해죄 등으로 기소돼 전주지법에서 재판을 받아왔다.
시각장애 1급인 A씨는 1심과 2심을 거치는 전 과정에서 큰 불편을 겪었다. 공소장, 공판기일 통지서 등 법원에서 날아오는 모든 문서가 일반활자로 돼 있어 읽을 수가 없다. 이에 A씨는 재판부에 점자로 된 문서를 달라고 했지만 번번이 묵살당했다.
A씨는 올해 5월 항소심에서 항소가 기각, 1심에서의 벌금형이 유지되자 판결문만은 점자로 꼭 확인하고 싶었다. 판결문을 수시로 읽으면서 상고심에서 자신의 입장을 적극 변론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A씨의 형사변호를 맡은 법률구조공단 전주지부 유현경 변호사는 판결문등본을 일반활자 문서뿐만 아니라 점자문서로도 교부해달라고 신청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공판정에 나온 A씨에게 점자기계 미비를 이유로 점자문서 제공 불가를 직접 고지했다. A씨가 받은 판결등본 교부신청서에는 비록 A씨가 읽을 수는 없었지만 ‘일반 활자문서 제공 가(可), 점자문서 제공 불가(不可)‘라는 글자가 선명했다.
판결문마저 점자로 읽을 수 없게 된 A씨는 유 변호사와 상의 끝에 해당 법원에 점자판결문 교부거부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법원에 시정요구서도 제출했다.
유 변호사는 점자기계의 미비를 이유로 점자문서를 제공하지 않은 해당 재판부의 처분이 점자법과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점자법에 따르면 공공기관 등은 시각장애인의 요구시 점자문서 제공을 의무화하고 있다. 법원도 점자법상 공공기관에 해당한다. 또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사법절차 및 서비스 제공과 관련해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한 수준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고, 장애인 스스로 인식하고 작성할 수 있는 서식의 제작 및 제공을 의무화하고 있다. 결국 법원은 최근 시정요구를 받아들여 A씨에게 점자문서를 교부했고, A씨는 소송을 취하했다.
유 변호사는 “장애인들은 사법.행정 절차에서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얻기 힘들다”며 “시각장애 뿐만 아니라 장애 유형별로 각 장애인이 선호하는 방법으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최근 사법행정자문회의 부의 안건으로 사법정책분과위에서 점자판결문 등 판결문 제공 서비스 개선이 부의 안건이여서 점자 판결문 이외에 다른 판결문 제공방안(텍스트 PDF, 음성변환 개선방안 등)도 함께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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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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