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일반경제

"하루 8조 오가는 디지털 예산시스템… 보안 강화에 올인했다"[데스크가 만난 사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16 17:32

수정 2019.12.16 17:32

김재훈 한국재정정보원장에게 듣는다
보안전반 재정비 ‘핌스’ 인증 획득
연간 1억2900만건 재정업무 처리
‘디브레인’ 나라 살림 중추적 역할
내년엔 고객 편의성 강화 힘쓸 것
김재훈 한국재정정보원장은 지난 11일 서울 퇴계로 한국재정정보원에서 파이낸셜뉴스와 단독으로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김 원장은 "내년엔 국고보조금통합관리시스템인 'e나라도움 시스템'의 접근성을 높여 정보기술(IT) 취약계층도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사진=김범석 기자/ ■ 김재훈 원장 약력 △58세 △서울대 경제학과 △서울대 행정학 석사 △미국 미주리대학원 경제학 석사 △기획재정부 예산실·재정관리국 과장 △고용노동부 정책기획관 △외교부 주영국대사관 공사참사관
김재훈 한국재정정보원장은 지난 11일 서울 퇴계로 한국재정정보원에서 파이낸셜뉴스와 단독으로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김 원장은 "내년엔 국고보조금통합관리시스템인 'e나라도움 시스템'의 접근성을 높여 정보기술(IT) 취약계층도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사진=김범석 기자/ ■ 김재훈 원장 약력 △58세 △서울대 경제학과 △서울대 행정학 석사 △미국 미주리대학원 경제학 석사 △기획재정부 예산실·재정관리국 과장 △고용노동부 정책기획관 △외교부 주영국대사관 공사참사관

"하루 오가는 돈만 8조원입니다." 521조3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한 다음 날인 지난 11일 김재훈 한국재정정보원장은 이 같은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한국재정정보원은 올 1월 현재 공공기관 339곳 중 한 곳일 뿐이다. 하지만 한국재정정보원이 운영 중인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디브레인)은 일반인들에게 익숙지 않아 한국재정정보원은 낯선 기관일 뿐이다. 하지만 내년 예산 편성·집행·결산은 모두 이 시스템에서 이뤄진다.
만약 시스템이 멈추면 나라 살림살이가 동시에 멈춘다고 할 수 있다. 한국재정정보원은 국고보조금 통합관리시스템인 'e나라도움'도 운영하고 있다. 설립 3년차이지만 지난해에는 국회의원실에 비인가 재정정보가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부정적 인식이 번지기도 했다. 김재훈 원장은 "올해가 '재정정보 유출사건'을 완전히 극복하는 한 해가 됐다"고 했다. 김 원장은 내년 중점과제로 고객 편의성 강화를 선택했다. 디브레인으로 확보된 다양한 재정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분석·가공해 공개할 예정이다. 또 e나라도움 시스템을 정보기술(IT) 취약계층도 활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이는 노력도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대담 = 김규성 경제부장

―지난해 정보유출 사고 이후 올 한 해 보안을 어떻게 강화했나.

▲'보안 퍼스트(first·최우선)'를 기치로 직접 기관혁신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아 19개 보안과제를 발굴하고 추진했다. 시스템 무권한자의 비정상 접속 가능성 전면점검, 보안매뉴얼 개정, 보안감사 강화 등 보안업무 전반을 재정비했다. 인터넷망과 업무망 사이에 자료전송은 물론 외부로 e메일을 보낼 때도 상급자 결재를 받도록 했다. 불편하지만 습관화해야 한다. 성과도 있었다. 지난 8월 개인정보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핌스 인증을 획득했다. 보안평가 점수가 지난해 40점대에서 올해 90점대로 수직상승하기도 했다.

―노조가 있는 공공기관 중 처음으로 직무급제를 도입했는데.

▲직원의 경력·근속 등에 관계없이 직무 난이도와 책임에 따라 보수를 차등지급하고, 직무역할별로 임금상한을 정해 연공성을 제한하는 내용의 새로운 보수체계다. 일반직군 기준으로 직무역할은 4단계, 직무유형은 9단계로 설계했다. 또 상위 간부직군의 직무역할급 상한선을 기존 기본급에 비해 낮추고, 상하위직 간 임금격차를 줄여나가기로 했다. 파이 전체가 커지는 것은 아니지만 직원들 입장에서는 자기들 손으로 보수체계를 설계했으니 같은 돈을 받더라도 심리적 만족도나 자긍심이 조금 높아졌을 것이다.

―주업무는 재정시스템인 '디브레인' 운영이다. 재정정보원 출범 3년 동안 무엇이 달라졌나.

▲민간위탁 때와 차별화된 성과가 많다. 장애만 해도 민간위탁 9년반 동안 30건이 발생했으나 재정정보원 설립 이후에는 3년여간 1건이다. 디브레인은 IT서비스 분야 국제표준인 '국제표준화기구(ISO) 20000'을 획득할 만큼 운영전문성이 축적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중앙·지방 자치단체 재정담당 공무원 6만7000여명이 시스템을 사용해 연간 1억2900만건의 재정업무를 처리한다. 연간 2127조원의 자금이체가 이 시스템에서 이뤄진다. 만약 디브레인에 문제가 생기면 돈이 수반되는 정부 활동은 대부분 멈추게 된다는 점에서 국가 재정업무 및 나라 살림살이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아울러 오는 2022년 완료될 차세대 디브레인 구축사업도 내년도 예산에 반영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e나라도움 사업은 어떻게 이뤄지나.

▲국고보조금에는 그동안 '눈먼 돈'이란 오명이 씌워져 있었다. 수천개 사업별로 칸막이가 쳐져 있어 유사사업, 중복신청, 무자격자 신청 등을 걸러내지 못했다. △보조금 통합관리 △신청·집행·정산 등 단계별 검증 △표준화 및 온라인화로 보조금 사용자의 편의성과 효율성 향상을 위해 기획재정부가 지난 2016년 구축해 2017년 개통했다. 실제 부정수급 차단과 예방 역할을 하고 있다. 국세청 등의 행정자료 187개 항목으로 부적합 대상자를 차단하는데, 온라인 공모 자격검증의 경우 부적합 차단율이 62%나 된다. e나라도움에 장착한 부정징후탐지시스템(SFDS)은 가족 간 거래, 출국·사망자의 보조금 수급, 거래 후 세금계산서 취소 등 수십가지 부정유형을 잡아내는데 최근 1년간 108건, 21억원을 적발했다.

―디브레인 등을 통해 확보된 재정관련 막대한 데이터는 어떻게 활용하나.

▲디브레인만 해도 하루 1만6000여명이 접속해 53만건의 재정업무를 처리한다. 방대한 빅데이터가 차곡차곡 쌓이는 것이다. 과거 민간에 운영업무를 맡겼을 때는 이 정보가 사장됐다. 정보원은 이 정보를 분석해 재정당국에 피드백해주려고 한다. 이를 통해 재정정책 수립이나 운용을 지원하는 것은 정보원의 법적 임무이기도 하다.

―일반국민은 재정을 여전히 어렵게 생각한다.

▲큰 숙제다. 재정통계 포털 '열린 재정'을 통해 각종 재정통계를 일목요연하고 쉽게 제공하려 애쓰고 있다. 인포그래픽이나 웹툰 형식을 쓰기도 한다. 국민참여예산 홈페이지도 정보원이 운영 중인데, 여기에 올해 e러닝이나 집행정보 제공 기능을 넣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대중 상대 재정전문지 '월간 나라재정'도 3년째 발간 중이다.

―2020년 중점과제 하나만 꼽는다면.

▲올해가 보안이었다면 내년은 고객 편의성이다. 특히 지방, 고령자, 농어민, 소상공인과 마을기업 등 IT 취약계층이나 교육기회 접근이 어려운 분들을 위해 고민 중이다. 내년 예산안에 지방거점센터 운영이 들어있는데, 얼마 전 예산안이 통과됐으니 급한 대로 지역민 실습교육을 강화하고 부정수급 적발 업무도 밀착지원할 수 있게 돼 무척 다행이다. e나라도움이 최근 시범개통한 모바일 서비스도 시스템 사용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정리=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디브레인(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이란

공무원들이 예산 편성부터 집행, 회계결산, 기금 관리, 국고금 관리 등 국가의 모든 재정활동을 수행하는 한국의 재정정보시스템이다. 한국은행, 경찰청 등 48개 기관 82개 시스템과 연계돼 있다.
수작업으로 처리하던 재정업무를 자동화·간소화함으로써 재정업무 효율성을 크게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