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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경제전쟁 6개월… 확전이냐 휴전이냐 '내상' 점검 할 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01 16:10

수정 2020.01.01 16:10

日, 한국관광객 급감에 큰 타격
대마도에 추가경정예산 배정까지
화학업체 스텔라케미파 '타격'
영업익 전년동기比 54% 감소
韓, 한국 저비용항공사 실적 악화
운휴·감축으로 구조조정 가속화
한·일 경제전쟁 6개월… 확전이냐 휴전이냐 '내상' 점검 할 때
【 도쿄=조은효 특파원】 일본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한·일 경제전쟁이 6개월째로 접어들고 있다. '확전이냐, 휴전이냐' 기로에 서 있는 한·일전을 놓고 양국 공히 각자 무엇을 잃었는지 중간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1일 현재까지 집계된 지표의 '단순한 절대 수치상' 비교로는 일견 일본이 본 피해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한국도 피해가 만만치 않다.

다시 말해 한·일의 피해는 '상호연결 구조'를 이루고 있다. 일례로 관광산업만 놓고 보자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총 533만6600만명이었다.

전년동기(685만7386명) 대비 22% 감소로, 이 기간 약 150만명이 일본을 덜 찾았다는 것이다. 감소세는 특히 10월과 11월 들어 전년동월 대비 각각 65%대까지 급감하며 정점을 찍다시피 했다.

당장 일본 관광시장의 두번째로 많은 손님이었던 한국 관광객의 급격한 감소는 한국 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규슈, 홋카이도 등의 지역경제 타격으로 이어진다.

인구 약 3만명의 나가사키현 소재 작은 섬 대마도(쓰시마)를 찾은 한국인 관광객은 연간 41만명 수준이었다. 한국 관광객이 발길을 끊자 이 작은 어촌마을의 지역경제는 가히 마비상태에 이르렀고, 급기야 일본 정부가 추가경정예산(5억5000만엔·약 58억원)을 배정하기에 이르렀다.

중앙정부가 소도시 관광산업 피해를 막고자 예산을 배정한 건 일본 내에서도 극히 이례적인 사건이다.

일본 지역경제가 비명을 지르고 있는 사이 일본노선 비중이 높은 한국 항공사들의 실적도 함께 악화됐다.

한·일 노선의 90%는 한국 항공사들이다. 이로 인해 한국 내 저비용항공사(LCC)의 구조조정도 가속화되고 있다. 대형 항공사들도 사정이 여의치 않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 항공사 관계자는 "운휴·감축으로 인해 현지채용 직원들에게 유급휴가를 주고 있는 실정"이라며 실적이 크게 악화될 것을 우려했다.

일본 맥주 역시 사정은 엇비슷하다. 일본맥주 퇴출 운동으로, 일본 맥주회사의 한국수출 실적이 제로(0)를 기록함과 동시에 일본맥주를 수입해서 공급해 온 한국 유통업체들이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자 계약직 직원들부터 구조조정·무급휴가 실시에 들어갔다.

한국 경제를 핀셋 타격하고자 한 일본 정부의 고순도 불화수소 수출규제로 정작 직접피해를 본 건 고순도 불화수소를 제조해 온 일본 기업들이었다. 불화수소를 삼성전자 등에 공급해 온 일본의 중견 화학업체인 스텔라케미파의 지난해 상반기(일본 회계연도 기준·4~9월)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11.9% 줄어든 171억4000만엔(약 1814억원)이었고, 영업이익은 무려 53.9% 감소한 9억9600만엔(약 105억원)이었다.

아베 정부의 수출규제는 좋게 말하면 '국제분업구조'이고, 나쁘게 말하면 '가마우지 경제'로 불리는 한·일 교역구조의 암묵적 질서를 스스로 허물고, 한국 기업의 '탈일본화'를 야기했다. 한국의 불매운동도 21세기 '경제의병'이라 불릴 정도로 실력을 행사했으나, 일본 경제와 밀접한 관계를 이루고 있는 경계영역의 내상도 만만치 않다. 전쟁이 길어지면 적의 피해만큼 아군의 피해도 큰 법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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