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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하원, 3년 반 만에 브렉시트 법안 가결...무역 협상 갈 길 멀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1.10 16:04

수정 2020.01.10 16:04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8일(현지시간) 수도 런던 하원에서 연설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8일(현지시간) 수도 런던 하원에서 연설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2016년 6월 국민투표 이후 지난 3년 반 동안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놓고 씨름했던 영국 하원이 마침내 이달 말 브렉시트를 실행하기 위한 법적 절차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영국이 브렉시트 이행기간이 종료되는 올해 말까지 EU와 무역협상을 마쳐야 하는 만큼 합의 없는(No deal·노딜) 브렉시트 위험은 여전히 남아 있다.

가디언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영국 하원은 9일(현지시간) 3차 검토에서 EU탈퇴협정법안(WAB)을 찬성 320표, 반대 231표로 통과시켰다. WAB는 영국과 EU 간의 브렉시트 합의안을 이행하기 위한 영국 국내법들을 모아놓은 법안으로, 그동안 회원국으로서 지켰던 EU 법률들을 국내법으로 바꾸고 브렉시트 합의안에 법적 효력을 부여하는 법안이다. WAB에는 브렉시트 합의안 비준 권한을 정부에 위임하는 내용까지 들어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지난해 10월에 EU와 극적으로 브렉시트 합의안을 마련하고 하원 비준을 받으려고 했지만 야권의 반대로 실패하자 곧장 WAB를 꺼내 다시 하원의 문을 두드렸다. 해당 법안은 10월 하원에 상장과 동시에 1차 검토 절차를 거쳤다. 존슨 총리는 교착 상태를 피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조기 총선을 실시했고 압승을 거뒀다. WAB는 지난달 2차 검토에서 표결에 부쳐져 124표차로 가결됐고 9일 3차 검토 및 표결에서 99표차로 통과됐다. 영국은 WAB가 상원을 통과해 왕실의 재가를 받으면 EU와 합의대로 이달 31일에 EU에서 탈퇴한다. 상원이 수정을 요구하며 법안을 하원에 돌려보낼 수 있지만 현 상황에서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 총리실 대변인은 9일 발표에서 "영국은 브렉시트 문제가 해결되기 바란다는 매우 분명한 메시지를 냈다"며 상원에 경고를 보냈다. 지난달 총선에서 힘이 빠진 노동당은 WAB 가운데 미성년 이민자 격리 수용을 막기 위한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며 막판 수정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비록 법적 절차가 마무리됐지만 노딜 브렉시트 위험은 여전하다. 영국은 이달 말 EU 탈퇴 이후에도 이행기간이 끝나는 올해 말까지 EU 단일 시장에 접근할 수 있고 동시에 EU 법률을 준수해야 한다.
영국은 11개월 안에 브렉시트 이후 EU와 관계를 매듭지을 무역 협상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전날 런던을 방문한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해당 기간 동안 포괄적인 무역 협정을 맺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미셸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도 9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시간이 너무 짧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새로운 관계의 모든 측면에서 합의를 이룬다고 예측할 수 없다"며 "우리는 남은 11개월 동안 최선을 다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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