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 주식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주식시장 흐름이 좋지 않은데도 테슬라 주가는 연일 사상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4일(이하 현지시간)에는 처음으로 주당 900달러를 뚫었고, 장중 960달러를 웃돌기도 했다.
테슬라 주가는 올들어서만 한달 남짓 사이 2배 넘게 뛰었다.
시가총액은 일본 도요타에 이어 자동차 업체로는 세계 2위로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 등 디트로이트 빅3 시가총액을 모두 합한 것보다 많다.
테슬라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공매도했던 투자자들은 주가 상승 여파로 올들어 116억달러 이상을 손해봤다.
그러나 거침없는 테슬라 주가 상승은 비록 지난해 4·4분기 실적 개선에 따른 영향이 있다고는 하지만 펀더멘털과 동떨어진 거품이라는 경고 역시 잇따르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이 전망하는 1년 뒤 테슬라 주가 평균치는 주당 493달러로 현 테슬라 주가의 60% 수준에 불과하다.
테슬라 주식이 암호화폐 비트코인 거품, 2000년대 초반 인터넷 주식 거품의 악몽을 되풀이할 것이란 우려와 독보적인 전기차 시장 우위를 바탕으로 중국 시장 등으로 시장을 확대하며 승승장구할 것이란 '신앙'에 가까운 믿음으로 뒤엉켜 있다.
■ 사우디 국부펀드, 후회막급
파이낸셜타임스(FT), CNBC, CNN비즈니스 등 외신들에 따르면 테슬라 주가는 이날 장중 968.99달러까지 치솟는 초강세를 기록한 끝에 전일비 107.06달러 오른 887.06달러로 장을 마쳤다. 사상최고치다. 장중 최고치를 기준으로 하면 3일과 4일 이틀간 주가 상승폭만 40%를 웃돈다.
테슬라 주가는 올들어서만 110% 넘게 뛰며 주가가 2배 넘게 폭등했다. 테슬라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공매도 세력이 테슬라 주식 공매도를 시작한 지난해 7월초 이후를 기준으로 하면 주가 상승폭은 270%를 넘는다. 3배가 넘는 폭등세다.
이같은 주가 폭등세는 이날 테슬라 주요 투자자 가운데 하나인 사우디아라비아가 테슬라 주식에서 발을 뺐다는 소식에도 영향을 받지 않았다.
사우디 국부펀드인 공공투자펀드(PIF) 공시 등에 따르면 PIF는 지난해 4·4분기 테슬라 보유지분 가운데 99.5%를 매각하고, 현재는 단 3만9000주만 보유하고 있다. 3·4분기말 테슬라 보유주식 규모는 820만주가 넘었다.
4일 마감가를 기준으로 하면 PIF가 테슬라 주식을 그대로 갖고 있었을 경우 평가액은 70억달러를 웃돈다. PIF가 테슬라 주식을 거의 다 팔아치운 뒤 주가가 2배 넘게 뛴 터라 PIF는 주식을 한달 여 일찍 매각한 탓에 막대한 손해를 본 셈이다.
■ 주가 오름세, 이유 있다
테슬라 주가 폭등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우선 지난해 4·4분기 테슬라가 1억500만달러 순익을 거둔 점이 주가 돌풍의 기초를 닦았다. 기대이상의 성과에 테슬라 주식 공매도에 나섰던 투자자들이 손실을 줄이기 위해 서둘러 테슬라 주식을 사들여 빌렸던 주식을 갚는데 나섰고 이때문에 테슬라 주가는 고공행진이 시작됐다.
아거스 리서치의 빌 셀레스키 애널리스트는 테슬라의 '미친' 상승랠리는 긍정적인 실적 기대감과 테슬라의 주력 모델 가운데 하나인 보급형 전기차 모델3가 탄탄한 수요를 바탕으로 잘 나가고 있다는 펀더멘털이 뒷받침 되고 있다고 말했다.
셀레스키는 특히 '전기차 하면 테슬라'라는 인식이 소비자들에 박혀 있는 점이 테슬라를 독보적인 위치로 끌어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비자들이 전기차 구매를 생각할 때는 테슬라 구매를 고려한다"면서 "이게 바로 주가 상승의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웨드부시 증권 애널리스트 댄 아이브스는 테슬라가 중국 시장에서 확실히 뿌리를 내리면 주가가 1000달러로 돌파할 것이라면서 "(상승랠리)파티는 단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 공매도, 116억달러 손실
테슬라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공매도에 나섰던 투자자들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S3파트너스에 따르면 3일 공매도 손실이 32억달러로 정점을 찍었고, 이날도 27억달러를 기록했다. 올들어서만 손실규모가 116억달러를 웃돈다.
예상과 달리 테슬라 주가가 뛰면서 공매도 세력의 손실은 급증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이같은 폭등세는 테슬라 주가 폭락을 예고하는 불길한 전조가 되기도 한다.
주가 급등세가 실적 개선 같은 펀더멘털이 배경이기는 하지만 공매도 손실을 막기 위한 매수세와 주식 오름세에 묻어가려는 묻지마 투자도 주된 배경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테슬라 주식은 이제 폭락을 예고하는 포물선 궤적의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밀러타박의 수석 시장전략가 매트 메일리는 테슬라가 포물선을 그리며 추락하기 전의 가속구간에 들어가 있는 상태라면서 "이때문에 테슬라 주가는 현 펀더멘털로 뒷받침되는 수준을 크게 뛰어넘었고, 오래지 않아 확실한 붕괴를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테슬라, 중간지대가 없다
팩트세트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의 1년 뒤 테슬라 주가 목표치 평균은 주당 493달러다. 애널리스트들이 예상하는 1년 뒤 테슬라 주가는 지금보다 40% 넘게 하락한 수준인 것이다.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비트코인, 닷컴거품 같은 거품붕괴를 예상하기도 한다.
비트코인은 2017년 2만달러에 육박하는 고공행진을 했지만 불과 한달새 65% 폭락했고, 2018년 말에는 최고치 대비 80% 하락해 4000달러에도 못미쳤다.
닷컴거품 역시 인터넷 주식 급등세가 단 7개월만에 상승폭의 70%를 까먹는 거품붕괴로 이어진 바 있다.
월스트리트의 '밸류에이션 구루'로 통하는 애스워스 대모대런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테슬라 주식에는 "중간지대가 없다"고 지적했다.
대모대런 교수는 테슬라 낙관론자들은 "테슬라의 잠재력에 한계가 없다"고 믿는 반면 비관론자들은 "테슬라가 폭발할 운명인 시한폭탄"이라고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월스트리트의 공매도 흐름을 이끄는 사이트론 리서치 창업자 앤드루 레프트는 테슬라 주가 흐름은 도박판 같다면서 지금 상황에서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라도 자신이 만약 헤지펀드 매니저였다면 테슬라 주식 공매도에 나섰을 것이라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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