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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겨냥한 WTO 보조금 규제…韓 조선·반도체에 불똥튈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2.19 15:33

수정 2020.02.19 15:33

현대중공업이 제작한 LNG선(기사 내용과 무관) 현대중공업 제공
현대중공업이 제작한 LNG선(기사 내용과 무관) 현대중공업 제공
[파이낸셜뉴스] 중국을 타깃으로 한 세계무역기구(WTO) 산업보조금 규제 강화 방안이 우리나라 주력 산업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일본과 WTO 분쟁을 겪고 있는 조선업이 사정권 안에 들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논의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전략적인 참여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천기 대외경제정책연구원(KEIP) 부연구위원은 19일 펴낸 보고서에서 “미국·유럽연합(EU)·일본의 WTO 보조금협정 개정안은 중국의 국영기업 의존 경제모델 및 산업보조금 정책을 겨냥한 것이나 우리나라도 직간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14일 미국·EU·일본은 WTO 산업보조금 규칙을 강화하는 개정안을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공동성명은 △금지되는 보조금 유형 확대 △유해보조금의 입증책임을 공여국에게 부여 △보조금으로 인한 ‘심각한 손상’의 범주에 ‘공급 왜곡‘ 추가 △국영기업을 공공기관의 범위에 포함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공동성명이 사실상 중국의 비(非)시장지향적 무역 정책을 겨냥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논의가 시작된 계기도 철강·알루미늄 산업에 대한 중국정부의 보조금 지급을 견제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2018년 미국은 중국 철강·알루미늄 업체들이 중국 정부로부터 받은 보조금을 바탕으로 싼 가격에 제품을 생산·수출하고 있다고 보고,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문제는 조선·반도체 등 우리나라 주력 산업도 사정권 안에 들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조선업은 현재 일본과 무역 분쟁을 겪고 있는 분야기도 하다. 이달 초 일본은 한국 정부가 조선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WTO 보조금 협정에 위배되는 재정·금융 지원을 했다며 WTO에 문제를 제기했다.

반도체 산업도 사정권 안에 들 것으로 보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가 ‘정부로부터 예산 지원(budgetary government support)’을 받아왔음을 명시하고 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보조금 지원을 비판할 때, “당국으로부터 재정적 보조금을 받은 중국 알루미늄 업체들은 압도적인 이익을 내고 있다”는 내용의 OECD 무역정책보고서를 인용한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그러나 모든 정부 예산 지원이 WTO 협정에서 금지되는 보조금은 아니라는 점에서 반도체 산업은 제한적인 영향을 받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또한 OECD 보고서가 알루미늄 산업에서는 과잉공급(over capacity)이 일어나고 있다고 언급했지만, 반도체 산업과 관련해선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 미국·EU·일본의 공동성명은 과잉공급을 일으키는 산업보조금을 규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어서다.


이 부연구위원은 “이번 개정안 내용에 대한 다른 회원국들의 입장표명 및 논의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에 대한 철저한 사전 분석에 기초해 대외적 입장과 협상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ktop@fnnews.com 권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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