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투자는 국내총생산의 30%를 상회하는 큰 비중을 차지할 뿐만 아니라 높은 변동성으로 인해 수출과 함께 경기를 좌우한다. 무엇보다 투자는 '현재 자원을 아껴 미래를 위해 투입'하는 전략적 선택이므로 그 성격상 미래에 대한 경제사회적 기대와 산업 및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가늠케 하는 주요 지표다. 따라서 투자 하락은 단기 경기와 중장기 경쟁력에 부정적 신호로 해석되는 것이다.
한국 경제는 2010년대 이후의 산업경쟁력 약화와 2017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경기둔화를 함께 겪고 있다. 게다가 최근 발발한 코로나19 사태는 투자심리를 냉각시켜 실제 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그에 따라 경기회복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가 투자유치 및 투자활성화에 과감한 유인책을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주로 조세, 현금, 입지 등을 국내외 유치대상 기업에 차별적으로 지원하는 투자 인센티브는 국가 재정과 자원을 제공하는 것이므로 미래 경쟁력에 대해 긍정적 파급효과가 큰 질 좋은 투자에 선별적으로 제공돼야 바람직하다.
그러나 현행 투자 인센티브는 투자의 질보다 외국인 기업, 유턴 기업, 수도권 이전 기업 등 기업의 요건을 지원기준으로 삼고 있어 질 좋은 투자 확대라는 방향성과는 괴리가 있는 상황이다.
경제산업이 전반적으로 미발달했던 과거에는 투자 인센티브 제공 시 유치대상 기업의 요건만 고려해도 질 좋은 투자를 쉽게 선별할 수 있었다. 이를 테면 과거 국내 기업보다 외국인 기업의 기술과 경영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았으므로 글로벌 다국적기업을 유치하기만 하면 경제 내 높은 파급효과 창출이 가능했다. 이러한 점이 오랜 기간 외국인투자촉진법을 통해 외국인 기업이라는 대상에 투자 인센티브를 제공해온 근거가 됐던 것이다. 그러나 국내 기업의 기술과 경영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외국인 기업 요건만으로는 더 이상 긍정적 파급효과가 보장되지 않는다.
최근 정부가 확대하고 있는 유턴 기업에 대한 투자 인센티브도 기업의 요건을 지원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는 해외에 진출했던 국내 기업 중 기존 해외 사업장을 완전 철수 또는 일부 축소한 기업에 한해 제공되는데, 주로 국내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운 기업을 유인하는 역선택 문제를 야기할 우려가 크다.
한국 경제의 발전단계와 성숙도를 고려할 때 향후 고부가가치 및 기술 기반 신산업에 대한 투자가 최우선시된다. 이를 위해서는 투자목적 및 경제 내 파급효과에 초점을 맞춰 지원정책을 통합개편하고 그에 따라 투자 인센티브를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즉, 기업의 요건이 아니라 고부가가치 및 기술 기반 신산업 관련 투자에 집중해 연구개발, 생산성 향상, 신성장 기술사업화 등에 대한 지원 수준과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인철 산업연구원 산업정책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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