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신종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어렵사리 만들어진 여야 협치 무드가 여당의 '몽니'로 깨질 위기에 놓였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인터넷전문은행법이 찬성 75명·반대 82명·기권 27명으로 처리가 무산되자 통합당 의원들은 그야말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해당 법안이 부결되면서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이 있는 KT가 인터넷은행 케이뱅크의 최대주주가 되는 길도 막혔다.
당초 여야는 인터넷전문은행법 직전 본회의를 통과한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안과 인터넷전문은행법을 함께 묶어 처리할 예정이었다. 민주당이 추진한 금융소비자보호법과 야당이 찬성한 인터넷전문은행법을 주고받기로 암묵적으로 합의한 것이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은 소비자에 대해 설명 의무, 부당 권유 행위 규정을 위반한 금융사에 대해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근거를 마련한 법안이다.
그러나 여당과 여권성향 야당 의원들의 인터넷전문은행법 반대토론이 연이어 열리면서 분위기는 묘하게 바뀌었다. 이어 진행된 표결에서 여당이 무더기 반대표를 던지면서 인터넷전문은행법이 끝내 부결되자 통합당 의원들은 거세게 항의하며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이에 본회의 표결에 필요한 의결정족수(재적과반 148명)에 미달하면서 본회의는 정회됐다. 통합당 의원들은 곧바로 의원총회를 열어 민주당을 강하게 성토하며 추후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데 분주한 모습이었다. 일부 의원들은 "세게 나가야 한다", "며칠간 추가경정예산을 해주지 않아야 한다"며 강경대응을 주문했다.
통합당은 전날 여야 합의 당시만 해도 인터넷전문은행법을 먼저 처리하기로 합의했지만 이날 열린 본회의장에서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이 먼저 상정되는 것으로 순서가 뒤바뀌었다고 주장했다. 인터넷전문은행법을 부결시키려는 여당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행정상의 순서변경으로만 이해했다는 것이 통합당의 설명이다.
인터넷전문은행법안을 발의한 국회 정무위원회 통합당 간사인 김종석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야당 간사에게 말도 안하고, 순서를 바꾼 것이 처음에는 선의로 행정적 이유로 알았는데, 이런 음모가 있었다니 분노한다"면서 "인터넷전문은행법은 절대 특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심재철 원내대표도 "이것은 '먹튀'다. 여당이 합의를 파기하는, 신뢰를 무너뜨린 작태를 그냥 둘 수 없다. 이 점에 대해 (여당이) 분명히 사과해야 한다"며 "20대 국회를 자기들 마음대로 운영하는 모습이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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