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텔레그램 n번방 '박사' 구속...지켜본 악마들 처벌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20 14:57

수정 2020.03.20 19:42

경찰 "성착취물 유포·소지한 회원들도 처벌 예정"
A씨 "회원들, 피해자 사진 유포하거나 지시내리기도"
전문가들 "2차적 범죄행위 가담시 처벌가능..단순 시청은 어려울 듯"
해외에 서버 둔 텔레그램, 회원 인적사항 확보 여부 수사 관건
‘n번방’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일명 ‘박사’로 지목되는 조모씨가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사진=이진석 기자
‘n번방’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일명 ‘박사’로 지목되는 조모씨가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사진=이진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익명성에 숨어 여성들을 성적으로 유린한 이른바 ‘박사’로 추정되는 20대 남성이 구속되면서 경찰의 향후 수사 계획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찰이 박사 등이 운영해온 텔레그램 ‘n번방’ 참가자들도 처벌하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법조계에선 단순한 시청을 넘어 2차적 범죄행위에 가담했다면 혐의점이 인정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 관계자는 20일 “박사방에서 취득한 성착취물을 유포하거나 소지한 회원들도 검거 후 강력하게 처벌할 예정”이라며 “박사가 갖고 있는 자료를 포렌식하고, 사이버상으로 할 수 있는 추적기법들을 동원해 유료회원으로 가입한 사람들까지 찾아내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박사방 회원들의 규모는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았다. 수시로 방을 만들고 삭제하는 방식으로 운영됐기에 가장 인원이 많았을 때는 1만명 단위, 적었을 때는 수 백 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회원들은 참가하려는 방의 등급에 따라 20~150만원의 입장료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전날 법원이 n번방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박사 조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회원에 대한 처벌도 이뤄지는지’를 문의하는 글들이 각종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중이다. 한 누리꾼은 “n번방에서 눈팅만 잠깐 하다가 나간 경우도 처벌 대상이 되느냐”고 물었고, 또 다른 네티즌은 “호기심에 텔레그램 음란물 방에 들어갔다가 몇 달 뒤 탈퇴했다. 그 방에서 댓글도 달지 않았고, 음란물을 유포하거나 소지한 적도 없는데 나도 죄가 있느냐”고 문의했다.

현행법상 n번방 운영자들뿐만 아니라 회원들도 행위 정도에 따라 처벌이 이뤄질 수 있다.

예를 들어 n번방에 올라온 미성년자 성착취 영상을 다운로드하고, 이를 타인에 공유한다면 처벌 대상이다. 또 n번방에서 운영자에게 특정 내용의 영상 제작을 요청하는 행위도 죄가 된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제11조에 따르면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배포·제공하거나 공연히 전시 또는 상영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제작을 알선한 자는 3년 이상의 징역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임을 소지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

실제로 박사방 회원들이 아청법을 위반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박사방에 잠입하면서 그 실태를 고발해온 A씨는 “박사방에 입장하는 조건으로 피해자의 사진을 프로필 사진으로 설정하거나 성착취물이 공유되는 링크를 유포하도록 한다”며 “회원들은 피해자들에게 ‘물구나무를 서라’거나 ‘길가는 남성에게 성추행을 당하라’ 등 구체적인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장경아 법무법인 온 변호사는 “n번방에 성착취물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돈을 낸 후 입장했다면 적어도 음란물을 소지하거나 그 유통에 가담할 미필적인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가담한 정도에 따라서 아청법 제11조 각 조항의 공범이나 방조 혐의로 처벌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소극적으로 영상을 시청한 회원들을 일일이 처벌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견해도 있다. 양진영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는 “범죄를 방조한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선 행위자에 가담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며 “단순히 n번방에 입장했다는 사실만으론 형사 처벌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해외에 서버를 둔 텔레그램의 특성상 회원들의 인적사항을 확보하기 어려워 피의자 특정 자체가 안 될 수도 있다. 장윤미 법무법인 윈앤윈 변호사는 “외국에 서버가 있는 SNS 등을 통한 범죄행위의 경우 압수수색도 어려워 수사에 애로점이 있을 수 있다”며 “박사방의 경우도 회원들을 특정 하는 게 대단히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경찰은 “국제공조를 다변화하고, 가상화폐 및 텔레그램 내 추적 기법을 연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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