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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시] 일민미술관, 선거 주제로 한 '새일꾼 1948-2020'展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23 13:27

수정 2020.03.23 15:56

천경우 'Listener’s Chair'
천경우 'Listener’s Chair'
천경우 'Listener’s Chair'
천경우 'Listener’s Chair'
천경우 'Listener’s Chair' /사진=일민미술관
천경우 'Listener’s Chair' /사진=일민미술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일상이 마비된 요즘이지만 그래도 시간은 흘러 봄이 오고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도 3주 앞으로 다가왔다. 총선이 코앞인데도 분위기조차 느낄 수 없는 요즘,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 위치한 일민미술관은 이를 환기하는 용기있는 전시를 기획했다. 전시 이름은 '새일꾼 1948-2020:여러분의 대표를 뽑아 국회로 보내시오'. 줄여서 '새일꾼전'이다. 민주주의 국가로 대한민국이 발전해가 과정에서 선거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73년의 선거사는 당대의 민주주의 인식의 척도를 보여줄 뿐 아니라 생활상과 우리의 할머니·할아버지, 부모 세대가 어떠한 가치를 소중히 여겼는지를 보여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협업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전시는 그간 선관위가 선거철마다 해 온 선거 역사 전시와는 결이 다르다. 우리나라 개념미술 대표작가 안규철을 비롯해 박혜수, 김대환, 놀공, 양경렬, 옵티컬레이스, 이동시, 일상의 실천, 천경우, 최이다, 홍유경 등 21팀의 현대미술 작가들이 선관위 기록보존소에 소장된 400여점의 선거 사료와 주요 신문기사 등 아카이브를 바탕으로 각자 재해석한 설치 작품 및 퍼포먼스 등을 선보인다. 이를 통해 선거와 투표, 선택이라는 행위가 어떻게 동시대 예술의 형식이 되어왔는지와 참여 행위가 우리의 삶을 어떻게 극적인 방식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작가들은 선관위가 공개한 사료들 사이에서 과거와 미래를 오가며 시공간을 혼재시킨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벌어졌던 부정선거의 역사를 풍자한 정윤선의 설치작품 '광화문체육관'과 지금의 선거제도에서 소외받을 수밖에 없는 다양한 소수자 계층을 위한 토론 무대를 전시장에 펼쳐놓은 최하늘의 '한국몽' 등이 그런 작품들이다.

'애국자가 누구냐' /사진=일민미술관
'애국자가 누구냐' /사진=일민미술관
정윤선 '광화문체육관-부정의 추억' /사진=일민미술관
정윤선 '광화문체육관-부정의 추억' /사진=일민미술관
최하늘 '한국몽' /사진=일민미술관
최하늘 '한국몽' /사진=일민미술관
전시가 펼쳐지고 있는 광화문광장 일대가 수많은 이들의 목소리가 얽히고 설키는 공간임을 반영해 '참여'의 가치를 전달하는 관객 참여 작품들도 주목할만하다. 천경우의 '리스너스 체어(Listener's Chair)'는 광화문 광장과 전시실 내부를 연결하며 오늘날 민주주의적 소통의 방식에 대해 질문한다.
미술관 밖 광화문광장에 스피치룸을 설치하고 그 안에서 익명의 수많은 이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말할 수 있게 했다. 여기서 수집된 각자의 사연들은 1층 전시실 무대 위 익명의 시민들이 사용하던 24개 의자와 헤드셋을 통해 각기 다른 목소리로 관객들에게 전달된다.


전시를 기획한 조주현 일민미술관 학예실장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일종의 난센스와 같은 전시 간담회가 되었지만 전시 기획 당시에는 지금의 현상을 예측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었다"며 "소동극 같은 요즘의 상황이 다가오는 선거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또 전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퍼포먼스 차원에서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시는 6월 21일까지.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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