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재꽃시장
코로나 확산으로 화훼 상인들 시름
성수기에도 점포 절반이 영업 안해
하루 매출 고작 2만원,평소의 10%
꽃 소비 권장 캠페인 효과도 '글쎄'
"꽃 한 다발 못 파는데 밥이 넘어가겠어요..." (서울 양재꽃시장 상인)
코로나 확산으로 화훼 상인들 시름
성수기에도 점포 절반이 영업 안해
하루 매출 고작 2만원,평소의 10%
꽃 소비 권장 캠페인 효과도 '글쎄'
꽃 피는 봄이 왔지만 화훼시장에 드리운 그림자는 걷히지 않고 있다. 상인들은 저마다 처참한 매출을 언급하며 깊은 한숨을 몰아쉬었다.
23일 서울 양재꽃시장은 안타깝다 못해 처참한 상황이었다. 평소보다 인적이 뜸한 월요일 낮이지만 지하 화환점에는 단 한 명의 손님도 찾기 어려웠다. 화환점에 입점한 90여 점포들은 절반 가까이 운영하지 않고 있었고, 그나마 자리를 지키는 상인들은 맥없이 꽃만 다듬고 있었다.
한 상인에게 다가가 '아직 영업시간이 되지 않았냐'고 묻자, "오전 6시부터 시작하는데 장사가 안돼서 가게를 쉬는 것"이라고 말했다.
■ 손님도 상인도 없는 꽃시장
코로나19 사태에 직격탄을 맞은 화훼업계는 지난달부터 시작된 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부터 입학, 졸업식이 취소된 것은 물론 결혼식, 공연 등 각종 행사가 줄줄이 연기되면서 감소한 꽃 소비량이 회복되지 않는 것이다.
화환을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는 50대 김모씨는 "하루에 화환이 한 개도 나가지 않는 날이 수두룩하다"며 "결혼식이나 공연이 안 열리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코로나19라고 해도 장례식은 있을 텐데 주문 자체가 없다"고 고개를 숙였다.
가장 상황이 심각한 건 절화업계다. 분화는 수명이 길어서 당장 손실은 적은 반면, 절화는 줄기와 잎을 잘라내서 수명이 일주일을 넘기기 어렵다. 사입해놓고 판매되지 않으면 고스란히 적자로 돌아오는 셈이다. 이 탓에 사입을 적게 하는 상인들이 많아서 꽃시장은 더욱 휑하게 느껴졌다.
양재꽃시장에서 11년째 영업하고 있는 50대 나모씨는 "평소 매출에 10%도 팔지 못하고 있다"라며 "하루에 2만원도 못 벌어서 임대료와 직원들 월급을 어떻게 감당하겠나"라고 되물었다.
이어 "2월 한달 매출이 1년 매출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며 "평소였으면 5월까지 성수기가 이어지지만 이마저도 기대할 수 없다. 코로나19 사태가 수습되지 않으면 가을까지 못 버티고 무너질지 모른다"고 털어놨다.
50대 김씨는 "꽃을 사입하는 거 자체가 손해"라며 "가게를 연 이상 물건이 있어야 하니까 꽃을 들여다 놓는데 개시도 못 하고 처분하면 하루 적자가 20만원이 넘는 날도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정성 들여 가꾼 꽃이 시들어서 처분할 때 마음이 얼마나 괴로운지 아냐"며 울먹였다.
■화훼업계 살리기 운동 효과 '글쎄'
지자체와 일부 대기업이 '화훼업계 살리기' 운동에 참여하면서 꽃 소비를 권장하고 있지만 시장에 차감되는 수준은 아직 미비하다.
양재꽃시장을 관할하는 aT화훼사업센터는 공판장에 입주한 419개 점포를 대상으로 이달부터 7월까지 6개월간 임대료를 50% 감면하며 조치에 나서고 있다.
aT화훼사업산터 관계자는 "수요가 없다보니 화훼업계 모든 종사자가 힘들어하고 있다"며 "꽃 소비를 촉진 하기 위해 대기업과 협업하는 이벤트를 지속적으로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19가 진정될 때까지 상황이 나아지기는 어렵겠지만 올 한해 손실을 20%대로 방어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봄이 되면서 시민들도 조심스럽게 외출하고 있듯이 꽃 소비도 조금씩 나아지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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