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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줄 마른 단기채권..281조원 '차환 공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23 18:05

수정 2020.03.24 15:08

168조원은 만기 길어야 3개월
회사채 비해 규모 커 더 위협적
금융위, 증권업계와 긴급회의
안정화펀드 구체방안 발표예고
돈줄 마른 단기채권..281조원 '차환 공포'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과 국내 기업에 대한 신뢰도 저하가 맞물리면서 채권시장이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증권사가 주가연계증권(ELS) 마진콜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어음(CP) 등 단기채를 채권시장에서 대거 매각하면서 단기자금시장 경색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그림자금융으로 꼽히는 단기 유동화증권, CP 및 전자단기사채 등 단기자금시장의 차환 리스크는 금융시스템 부실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어 금융당국은 CP 관련 대책 강구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채권평가사 및 코스콤에 따르면 향후 3개월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CP와 전단채, 자산유동화 기업어음(ABCP)을 포함한 유동화증권 규모는 168조8278억원(20일 기준)에 이른다. 1년 내 만기도래분(281조1416억원)의 절반가량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ABCP와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가 약 72조8616억원, CP와 전자단기사채 약 95조9662억원이 3개월 내 만기를 맞는다. 회사채까지 더하면 1년 내 현금으로 상환하거나 차환해야 하는 만기 물량은 300조원을 훌쩍 넘는다.

시장 전문가들은 3~6개월 단위로 차환일이 돌아오는 CP 및 단기 유동화증권이 자본시장에 큰 위협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회사채에 비해 규모가 클 뿐만 아니라 만기도 짧은 탓이다. 일부 CP는 만기가 한 달 안팎에 불과하다. 최근 CP 가격이 급락하는 등 단기자금시장 경색이 나타나면서 금융당국과 금투업계는 바짝 긴장했다. 단기자금시장 경색이 금융위기 직전 상황을 떠올리게 할 만큼 나빠졌기 때문이다. 유동화증권은 증권사, 은행 등이 지급보증 및 신용공여로 신용도를 지원하고 있어 차환에 문제가 생길 경우 리스크가 금융시스템 문제로 전이될 수 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지난 20일 6개 증권사 사장과 CP 관련 긴급회의를 했다. 이 자리에서 금융당국은 증권사에 CP 및 유동화 증권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기가 1년물 이상으로 설계된 ABS의 차환 여부도 안심하기에 이르다. ABS 발행잔액은 약 26조9914억원에 달한다. 최근 발행한 상당수 ABS에는 신용등급 관련 강제상환 옵션이 붙어 신용도가 떨어지면 조기상환해야 한다는 특약이 걸렸다. 정부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채권안정화펀드 도입을 발표했지만 단기자금시장을 안정시키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펀드설정과 자금모집에 약 1개월이 걸리기 때문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회사채 시장보다 CP, 단기 유동화증권 등의 차환 문제가 더욱 걱정"이라며 "당장 3월 단기자금시장 안정을 위한 지원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달 말까지 단기자금 만기의 차환이 필요하다.
유동성 공급을 위한 조치들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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