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MB 정부 시절 온라인 댓글 등을 통한 여론 조작 활동에 개입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받고 법정구속됐던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항소심에서도 "직권남용의 고의가 없었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특히 "지금 시각으로 보면 버스나 식당에서 담배피는 사람들을 아무도 이해 못 하지만, 10여년 전에는 사회적 비난과 혐오의 대상은 아니었다"며 조 전 청장의 행위도 당시엔 문제가 되지 않았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서울고법 형사2부(함상훈 부장판사)는 2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청장의 항소심 1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조 전 청장 측은 "이 사건은 조 전 청장이 큰 틀에서 공익의 목적을 갖고 직무를 수행한다는 생각으로 한 행위로 직권남용의 고의가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부하 직원들이 과연 모두 의무 없는 일을 한다는 의식을 갖고 있었는지도 의문"고 주장했다.
또 "경찰청 보안국 관련해서는 조 전 청장이 지시한 사실이 없다"면서 "언론에는 보안국 관련 부분부터 드러나기 시작했는데 조 전 청장은 본인과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조 전 청장 측은 이날 "당시 시각으로 보면 조 전 청장의 행위는 필요성이 있고 정당한 목적으로 행해진 부분도 있다"며 "과거의 행위에 대한 평가도 과거의 시각과 잣대로 봐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검찰은 "(부하직원들은)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여 죄질이 나쁜데, 조 전 청장은 수사기관에서 1심 재판에 이르기까지 직원들에게 책임을 넘기고 있어 후에 비난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서울지방경찰청장, 경찰청장이라는 막중한 지위를 이용해 민주주의의 기본질서를 파괴한 범행으로 엄벌의 필요성이 있으므로 원심의 징역 2년은 너무 가볍다"고 맞섰다.
조 전 청장은 서울지방경찰청장과 경찰청장 재직 시절인 2010년 2월부터 2012년 4월까지 정보관리부 및 경찰청 정보국·보안국·대변인실 등 부서 소속 경찰 1500여명을 동원해 정치·사회 이슈에 대한 댓글 및 게시물을 작성토록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경찰이 조직적으로 대응했던 이슈는 천안함, 연평도 포격, 구제역, 유성기업 파업, 반값등록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 한진중공업 희망 버스, 제주 강정마을 등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경찰 신분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가명이나 차명 계정, 해외 IP, 사설 인터넷망 등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1심은 "조 전 청장의 지시로 인터넷 여론대응 조직이 꾸려지고 소속 경찰관들이 댓글 및 게시물을 작성한 행위는 '직권을 남용해 의무없는 일'이 맞다"며 지난 2월 조 전 청장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한 바 있다.
앞서 구속상태로 기소된 조 전 청장은 지난해 4월 보석으로 석방된 후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왔으나 1심 판결에 따라 법정에서 다시 구속됐다. 이후 조 전 청장 측과 검찰 측은 각각 항소장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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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a@fnnews.com 박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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