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정지우 특파원】지난해 홍콩을 뜨겁게 달궜던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중국의 간섭과 통제에 반대하는 민주화 운동으로 다시 불이 붙고 있다.
중국 정부는 간섭이 아니라 당연한 권리라며 일축하고 있지만 홍콩 재야 단체가 물러서지 않으면서 양측의 충돌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2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홍콩 민간인권전선은 홍콩 주권반환 기념일인 7월1일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기 위해 경찰에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들이 다시 행동에 나선 것은 홍콩 경찰이 지난해 송환법 반대 시위에 관여한 혐의로 야당인 민주당을 창당한 마틴 리를 비롯해 반중국 성향 매체 ‘빈과일보’ 사주 지미 라이, 홍콩직공회연맹 리척얀 주석, 렁쿽훙 사회민주연선 전 주석, 융섬 민주당 전 주석 등 15명을 체포한 이후다.
민간인권전선은 “홍콩인들은 경찰의 체포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되돌릴 수 없는 우리 시대의 혁명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민간인권전선은 지난해 6월9일 100만명이 넘는 시민이 참여한 송환법 반대 시위와 같은 달 16일 200만명 시위 등 홍콩의 대규모 집회를 주도해온 단체이다. 민간인권전선이 주최한 올해 1월1일 시위에도 100만명의 홍콩 시민이 참여했다.
하지만 이 같은 갈등의 내부엔 홍콩의 실질적인 헌법인 ‘기본법’ 22조에 대한 해석 문제가 있다. 이 조항은 ‘중앙 인민정부 내의 모든 부서, 성, 자치구, 직할시는 홍콩특별행정구의 자치적 관리 사무에 간섭할 수 없다’고 적시돼 있다.
홍콩 야당과 재야단체는 이를 두고 중국이 홍콩 내정에 ‘간섭’하지 않도록 규정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홍콩 주재 중국 연락판공실(중련판)과 홍콩·중국 정부 등은 간섭이 아니라 당연한 ‘권리’이자 ‘책임’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홍콩 정부가 중국 중앙정부와 연락 업무 등을 맡은 정제내지 사무국의 패트릭 닙을 경질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가 22조에 대해 ‘내정간섭’이라는 해석을 냈다는 게 이유였다. 홍콩 정부는 대신 이 자리에 중국 중앙정부와 관계가 돈독한 에릭 창 이민국장을 앉혔다.
홍콩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위대 처벌용으로 악용한다는 주장도 일부에서 제기된다.
반정부 성향 노동단체인 홍콩민주노동조합연맹(CTU) 등이 내달 1일 노동절 시위에 나설 것을 예고하자, 홍콩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우려를 들며 집회 신청의 철회를 요구했다.
홍콩 정부는 지난달 말부터 코로나19 확산 대응 차원에서 참여 인원이 4명을 초과하는 공개 집회를 금지하고 있으며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내달 7일까지 연장한 상태다. 그러나 CTU 등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며 시위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홍콩 문제는 미국·영국과 중국의 또 다른 갈등도 촉발시켰다. 미국과 영국이 홍콩의 민주주의 운동가 체포를 규탄하는 반면 중국은 내정간섭이라고 맞서는 상황이다. 이들 국가들은 코로나19 발원지와 책임을 놓고도 신경전 중이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홍콩 경찰의 법 집행에 대한 왜곡을 용납할 수 없다”면서 “강력히 비난하고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말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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