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광주=황태종 기자】5·18민주화운동과 함께 해 온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 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앞두고 27일 광주 법정에 다시 섰다.
하지만 5월단체와 광주시민들의 바람과 달리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사과는 아예 없었고, 당시 헬기사격에 대해서도 전면 부인했다.
전씨는 앞서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조비오 신부의 헬기 사격 목격 증언이 거짓이라고 주장하며 조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해 3월 11일 사자명예훼손 사건 피고인 신분으로 신원확인을 위한 인정신문을 위해 재판에 출석한 후 그동안 건강상의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출석하지 않았다. 전임 재판장의 415국회의원선거 출마로 재판장이 바뀌면서 공판 절차 갱신이 필요해져 1년여 만에 다시 법정에 서게 됐다.
전씨는 이날 오후 2시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을 앞두고 낮 12시 19분께 광주지법에 도착했다. 승용차에서 내려 경호원이 내민 손을 잡고 건물 안으로 걸어갔으나 특별히 거동이 불편한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신뢰관계인 자격으로 동석하게 해달라고 신청한 부인 이순자씨도 함께 이동했다.
전씨는 "이렇게나 많은 죄를 짓고도 왜 반성하지 않는가. 수많은 사람이 죽었는데 왜 책임지지 않는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건물로 들어갔다.
이날 재판에서 검사는 "1980년 5월 광주에서 헬기 사격이 있었다. 전씨는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거나 알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 헬기 사격이 없었다는 내용으로 회고록을 작성하면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검사의 공소사실 낭독 뒤 재판장은 "공소사실을 인정하느냐"고 전씨에게 질문했다.
전씨는 "내가 알고 있기로는 당시에 헬기에서 사격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만약 헬기에서 사격했다면 많은 사람이 희생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무모한 짓을. 대한민국의 아들인 헬기 사격수가 계급이 중위나 대위인데 이 사람들이 헬기 사격을 하지 않았음을 나는 믿고 있다"며 공소사실을 강하게 부인했다.
전씨의 변호인은 참고용 헬기 사격 동영상과 옛 전남도청 주변 지도를 준비, 재판장에 여러 상황을 설명하며 당시 헬기 사격이 없었음을 강조했다.
재판이 다소 길어지자 전씨는 고개를 떨구며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였다. 부인 이씨는 졸고 있는 전씨에게 물을 건넸다.
hwangtae@fnnews.com 황태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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