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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사, 2분기 최대 고비… 업체별 6천억 재고자산 평가손실 불가피" [코로나19 대진단 산업지형이 바뀐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05 17:58

수정 2020.05.05 17:58

전문가 3人 지상좌담
"정제마진 배럴당 1달러 떨어질 때마다 정유사 영업익 2500~3000억씩 줄어"
"최근 중국 비롯한 아시아 지역 정제시설 증설… 눈에 띄는 수익 개선은 어려워"
"정유사 단기 유동성 위기정부, 석유제품 세금 유예·인하 등 지원책 고민해야"
올해 1·4분기에만 국내 정유4사의 적자가 4조원에 육박하는 사상 최악의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2·4분기가 정유업계에 더 큰 고비가 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3월 본격적으로 확산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다만 코로나19가 시장 재편 및 성장동력 발굴 등으로 향후 정유업계의 또 다른 성장을 위한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코로나19가 국내 정유산업에 미친 피해 규모와 향후 파급력을 예상한다면.

"정유사, 2분기 최대 고비… 업체별 6천억 재고자산 평가손실 불가피" [코로나19 대진단 산업지형이 바뀐다]

▲조원무 한국기업평가 평가전문위원=유가급락 영향으로 정유업체는 1·4분기뿐 아니라 올해 연간으로 대규모 재고자산 평가손실 발생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연말까지 배럴당 35달러 수준의 유가가 지속되면 업체별 기준이 다르지만 개별 정유사당 4000억~6000억원 규모의 재고자산 평가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작년 11월 이후 월평균 배럴당 1달러 미만으로 이어진 정제마진은 3월 중순부터 마이너스를 보이고 있다. 정제마진이 배럴당 1달러 하락하는 경우 정유사별 영업이익은 2500억~3000억원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정유사, 2분기 최대 고비… 업체별 6천억 재고자산 평가손실 불가피" [코로나19 대진단 산업지형이 바뀐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본부장=코로나19의 영향과 파급력은 국내 정유산업 역사상 가장 크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정유업계 실적은 1·4분기보다 2·4분기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에는 국내수요와 수출수요가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지만 세계적으로 상반기에 누적된 막대한 양의 석유제품 재고로 인해 정유산업의 정제마진과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진 않을 것이다.

"정유사, 2분기 최대 고비… 업체별 6천억 재고자산 평가손실 불가피" [코로나19 대진단 산업지형이 바뀐다]

▲최동원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일부 국가가 경제활동 재개를 선언하고 있지만 경제활동 정상화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정유산업은 기존과는 다른 양상의 회복 사이클이 예상된다. 기존에는 유가급락에도 세계경제의 안정적 성장지속 및 글로벌 정제설비 가동률 하향조정 등에 따른 정제마진 회복이 일정 기간 내에 이뤄졌지만,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석유제품의 장기간 수요위축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올해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다.

―코로나19에 따른 정유산업 피해의 정점과 회복기는 언제로 예측하는지.

▲이=코로나19에 의한 산업피해의 정점은 올해 2·4분기일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적으로 석유수요 감소폭이 가장 큰 시기가 될 것이고, 그에 따른 판매부진과 낮은 수준의 정제마진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회복기는 내년부터 시작될 것으로 본다. 코로나19가 소멸되고 석유제품 수요의 회복이 기대되는 시기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의 석유 정제시설 증설로 인한 설비과잉으로 수익성이 현저히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최=최근 정제마진 추세를 감안할 때 경제활동 정상화 여부에 따라 국내 정유산업 피해의 정점은 2·4분기가 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1·4분기 대비 원유의 재고평가손실은 축소되겠지만 수요위축으로 인한 정제마진 약세가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제마진의 경우 2·4분기에도 악화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회복기는 3·4분기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되며 각국의 경제활동 재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점에 따라 회복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조=폭락한 유가 및 정제마진 악화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될 2·4분기 정유업계의 실적은 1·4분기를 하회할 가능성이 높다. 정유업계의 실적 회복시점은 코로나19 팬데믹의 종식(또는 완화)으로 사람들이 일상으로 복귀하면서 수요가 회복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3·4분기에는 일정 수준 코로나19가 통제 가능한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글로벌 경기의 회복이 점진적으로 진행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긍정적 시나리오를 그려볼 수도 있다. 하지만 주요 국가의 방역당국은 겨울철 재유행 가능성도 언급하고 있어 현재로서는 정유업계의 실적 회복기를 예단하기 쉽지 않다.

―코로나19 이후 정유산업의 기회요인이 있다면.

▲최=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신규 정제설비 투자위축 및 정유업체 구조조정 등 공급측면의 경쟁요인 완화 가능성이 존재한다. 정유산업은 호황기와 불황기가 반복되는 전형적인 사이클 산업으로 공급측면의 구조조정 및 수요 회복이 이루어질 경우 호황기로의 전환이 가능할 것이다.

▲이=코로나19를 계기로 정유산업이 사업다각화 등 새 성장동력을 찾는 장기적인 미래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고 본다.

▲조=중장기적으로 국내 정유업체들의 사업환경은 우호적이지 않다.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 개도국들의 빠른 수요 성장세로 일정 수준의 역내 수요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나, 내수 수요에 기반한 중국의 대규모 투자와 원유를 기반으로 한 중동의 증설 등을 감안할 경우 오히려 역내 석유제품의 주요 공급자로서의 지위가 약해질 수 있다.

―정유산업 구제를 위해 필요한 정부 지원책은.

▲조=최근 국내 정유사는 코로나19로 인한 수요급감에 공장의 정기보수 또는 가동률 조정 등으로 대응하고 있으나 판매부진으로 운전자본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해 정부는 보다 적극적인 유동성 지원 정책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시장 트렌드 변화로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화되지 않도록 다각화를 위한 적극적인 재정지원 방안도 필요하다.

▲최=정유사의 단기 유동성 위기 해소를 위해 석유제품에 부과되는 각종 세금의 유예 및 하향조정 등을 포함한 지원책을 고민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나프타 제조용 원유 및 수입 나프타에 부과되는 할당관세(0.5%) 폐지와 수입·생산 액화석유가스(LPG) 간 수입부과금 형평성을 개선해야 한다.

▲이=정부(석유공사 운영)의 전략석유비축시설을 낮은 대여료로 정유회사들에 임대해 저장시설 부족 문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 정유산업이 국가 기간산업인 만큼 다른 지원책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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