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 "양국 장기적 충돌 피할 수 없어"
【베이징=정지우 특파원】미국이 중국의 통신장비·휴대전화 생산기업 화웨이를 제재하면서 미중 양국이 장기적인 ‘기술 냉전’에 들어갔다고 중국 매체가 보도했다. 미국은 중국의 타격을 원하지만 오히려 중국 내에선 핵심 기술의 ‘탈 미국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에 곧 팽팽한 관계가 이어질 것이라는 취지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18일 기술 싱크탱크 차이나랩의 창업자 판싱둥을 인용, “중국과 미국이 무역전쟁에서는 일시적인 휴전을 할 수 있지만 중국의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미국의 압박은 계속될 것”이라며 “이 분야에서 양국이 장기적으로 전략적인 충돌을 하는 것은 피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 소식 이후 화웨이 임직원 사이에선 ‘환상을 버리고 진짜 전투에 대비해야 한다’는 문구가 공유됐다. 판싱둥은 “지금은 시작일 뿐”이라고 진단했다.
중국은 대만 반도체업체 TSMC의 미국 애리조나주 반도체 공장 신설에 대해선 ‘중국 기업을 글로벌공급망에서 배제하기 위해 협의된 사전 계획’이라고 판단했다고 글로벌타임스는 전했다. TSMC가 화웨이의 반도체 부문인 하이실리콘을 위해 반도체를 생산하던 주된 업체라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중국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가 애플 등에 생산 공장을 미국으로 이전하라고 압박하지만 중국에 공급망이 잘 갖춰져 있는 데다 미국 기술 기업들은 중국 시장에 매우 의존하기 때문에 이는 비현실적인 일이라고 주장했다.
지웨이컨설팅의 한샤오민은 “애플이 생산을 이전한다면 앞으로 2년은 신모델을 건너뛰고 바로 아이폰 14를 내놔야 할 것”이라며 “다른 곳에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은 하루아침에 가능한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는 탈미국화를 위해 자국 반도체 설계·제조업체들의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이 화웨이 추가 제재를 발표한 날 중국 최대 반도체 업체 SMIC(중신궈지)는 중국국가집적회로펀드에서 15억달러(약 1조8500억원)의 투자를 받았으며 상하이집적회로펀드에서도 7억5000만달러(약 9251억원)를 지원받기로 했다.
중국은 6G 기술 연구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중국 매체는 전했다. 전날 이동통신업체 차이나유니콤은 중국의 또 다른 통신장비업체 ZTE와 6G 네트워크 연구개발에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도 화웨이가 6G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 기술이 사용되는 데는 10년은 더 걸릴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중국의 ZTE는 화웨이와 함께 미국의 제재 대상 중 한 곳으로 꼽힌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