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유동성 풍부하고 저금리
코로나·대출규제에 매매는 주춤
무주택 자격 유지 위해 임대 몰려
코로나·대출규제에 매매는 주춤
무주택 자격 유지 위해 임대 몰려
최근 초저금리와 정부 규제, 3기 신도시 대기 수요 등의 영향으로 임대시장에 편입되는 수요가 늘면서 전셋값 상승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과천 지식정보타운 청약 자격을 갖추기 위해 전세 수요가 몰리면서 과천 전셋값이 폭등한 것처럼 3기 신도시 예정지 중 처음으로 교통개선대책이 발표된 하남시의 전셋값이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
2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5월 25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02% 상승했다. 이로써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7월 첫째 주 이후 48주 연속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통상 매매 시장이 둔화하면 전세시장도 둔화하는 게 맞는데 현재 부동산 시장은 매매 시장이 둔화하면서 오히려 매매 수요가 대기 수요로 남아 전세로 들어가고 있다"면서 "넘치는 유동성 자금에 저금리까지 겹쳐 당분간은 전월세 가격이 올라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3기 신도시 청약 수요로 전세 급등
최근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강도 높은 대출 규제를 시행하면서 매매시장이 크게 위축됐다. 하지만 여전히 전세의 경우 집값의 80%까지 대출이 가능하고, 저금리로 전세 대출 이자가 낮아 전세 수요가 몰리고 있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도 "코로나19 사태로 집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주춤하고, 그동안 서울 집값은 너무 올라 매매에 뛰어들기에도 부담스럽다"면서 "시세 차익이 큰 신규 분양으로 눈을 돌린 수요자들이 무주택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임대차 시장에 머무르다 보니 전셋값이 더 오르는 중"이라고 전했다.
특히 3기 신도시로 지정된 하남 교산신도시의 경우 청약 1순위 자격 요건을 얻으려는 대기수요가 넘치면서 미사강변도시 일대나 구시가지의 전셋값이 수천만원씩 뛰고 있다. 교산신도시가 사전 청약제 시행 지역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돼 청약 시 거주 요건을 채우기 위한 내집 마련 수요자들이 대거 몰린 것이다. 또 지하철 5호선 연장선이 올해 개통을 앞두고 있고 국토교통부가 최근 하남시청역을 서울 송파 방면으로 연결하는 교통 개선 방안을 발표한 것도 한몫했다.
실제 하남시 풍산동 '미사강변 더샵 센트럴포레' 전용면적 84㎡ 전세는 두달 만에 5000만원이 뛰면서 현재 5억5000만원대다. 신장동 '하남 유니온시티 에일린의뜰' 전용 74㎡도 올 초 전셋값이 4억5000만원에서 최근 5억원까지 치솟았다. 하남시 이외에도 왕숙신도시가 들어서는 남양주시와 대장신도시가 조성되는 부천시는 지난주 각각 0.06%씩 올랐다. 계양신도시가 들어서는 인천 계양구도 0.05% 상승했다.
하남시 풍산동의 한 공인중개소는 "강동구 고덕지구 아파트 입주가 마무리되자 가격이 다소 싼 하남지역으로 전세 수요가 몰리고 교산신도시의 청약 대기수요도 겹치면서 전셋값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매매가 불안으로 이어지나
이처럼 전셋값 상승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임대차보호법 추진안 중 하나인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하면 전셋값 상승폭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월세 상한제가 도입되면 전세금 인상률이 최대 5%로 제한돼 집주인이 본격 시행되기 직전 전셋값을 급격히 올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내년 1~2월 송파 헬리오시티의 전세 계약이 만료되면 기존 전셋값 역시 한 단계 상승이 이뤄질 수 있다.
다만 전셋값이 오르더라도 매매가가 단기간에 크게 급등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서울의 전세가율이 50%대 수준이고, 정부 규제가 심해 갭투자 등이 늘어나긴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전셋값 상승으로 매매가를 받쳐주면서 갭투자 증가 등으로 인해 시장이 한순간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권 교수는 "정부가 2018년에 임대주택활성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집주인이 8년 동안 매도를 하지 않아 시장에 매물이 줄면서 전세 품귀 현상이 나온 것"이라면서 "매매가가 먼저 오르고 전셋값이 따라 오르는 추세라 매매가가 급등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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