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공직자의 청렴과 자존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02 18:43

수정 2020.06.02 18:43

[특별기고] 공직자의 청렴과 자존감
박수량(1491~1554) 선생은 황희, 맹사성과 더불어 조선의 3대 청백리로 꼽히는 인물이다. 조선시대 한성부판윤과 호조판서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며 3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공직생활을 했지만 뇌물은커녕 밥 한 그릇, 술 한 잔 얻어 마시지 않을 정도로 청빈했다. 그가 죽은 후 장례를 치를 비용도 없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명종은 장례비와 함께 비석을 하사하며 "어설픈 글로 비문을 새기는 게 오히려 누가될 수 있으니 비문 없이 그대로 세우라"고 명했다 한다. 그래서 그의 묘비는 '백비'라고도 불린다.

박수량의 청렴이 대단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고위관료로 출세하면 친족집단을 보살펴야 하는 시대였다는 것이다.
박수량은 공직자로서의 올바른 자세와 가치관을 지키기 위해 가난함은 물론 일가로부터 숱한 원망을 듣는 일까지 감수하는 삶을 지켜낸 것이다. 공정하게 일을 처리하는 내가 진정으로 올바른 사람이라는 자존감이 내면에 굳건히 자리 잡고 있었기에 가능했으리라 본다.

현대의 공직자도 청렴은 공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으로서 반드시 갖춰야 할 필수 덕목이다.

그러나 오늘날 공직자는 다양한 업무 환경 속에서 과거보다 부정청탁에 노출될 기회가 더욱 많다. 따라서 공공기관들은 직원 개개인에게 청렴이 확고히 뿌리내리도록 함과 동시에 자체 평가 등을 통해 청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도 꾸준히 힘쓰고 있다.

지난해 한국농어촌공사에서도 조직 내 청렴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직원들은 청렴한 문화를 만들기 위해 '계약'업무가 가장 개선되어야 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자가 점검 체크리스트'를 꼽았다.


현재 농어촌공사는 계약 업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공정치 않게 진행되거나, 상급자의 부당한 업무지시가 있지는 않았는지 확인하는 진단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금 하고자 하는 일이 공정한지, 공동체의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고, 개인의 행동에 대한 자율성과 실행력을 높이고 있다.


농어촌공사는 앞으로도 꾸준히 실행 여부를 점검해 나가면서 나머지 취약 분야에 대한 체크리스트 적용 여부를 점차 확대시켜 직원 스스로의 자정 노력을 일깨우는 환경을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조익문 한국농어촌공사 상임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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