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통일

北 연락망 완전차단, 南 ‘적’으로 돌려..정부 “일단 지켜보자”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09 16:14

수정 2020.06.09 16:14

北 “9일 정오 모든 통신선 완전차단..대적사업 전환”
대남 적대감 물씬 드러낸 北, 추가조치 우려감 확대
정부 “지켜보자” 대응 카드 부족..남북관계 큰 타격
정세현, 北 선제적 배려 강조 “슬그머니 再연결될 것”
대북전단 살포에 항의하는 군중시위를 벌이는 북한 주민들이 (전단 살포를 하는) '역적무리들을 송두리째 불태워버리자'고 적힌 선전물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사진=뉴스1
대북전단 살포에 항의하는 군중시위를 벌이는 북한 주민들이 (전단 살포를 하는) '역적무리들을 송두리째 불태워버리자'고 적힌 선전물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북한이 결국 남북간 연락망 완전 차단·폐기라는 초강경 카드를 뽑아들면서 남북관계가 다시 과거 최악의 교착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9일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12시(정오)부터 남북 간 모든 통신선을 완전 차단하겠다”면서 “남조선 당국과 논의할 문제가 없고, 대남사업을 철저히 대적사업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또 "북남 당국 사이의 통신연락선, 북남 군부 사이의 동·서해 통신연락선, 북남 통신시험연락선,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와 청와대 사이의 직통 통신연락선을 완전차단, 폐기한다"고 전했다.

전날만 해도 북한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오전 연락은 무시했지만 오후 연락은 정상대로 받으면서 사태는 반나절만에 일단락 되는 듯 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날 예고시간보다 앞선 오전부터는 일방적으로 모든 연락을 중단했다.

통신에 따르면 전날 대남사업 부서들이 모인 회의에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김영철 당 부위원장이 “대남사업을 철저히 적대사업으로 전환하고, 배신자·쓰레기들의 죗값을 정확히 계산하기 위한 단계별 대적사업 계획을 심의했다"며 "(여기서)북남 간 모든 통신연락선을 완전 차단해버리는 것에 대한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4일 김 제1부부장은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삐라)’ 살포는 남북 간 합의 위반이고, 남조선당국은 이를 제대로 막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연락사무소·금강산관광·개성공단 등을 폐지하겠다”고 경고했고, 이날 연락사무소는 결국 제한적 기능마저 완전 정지됐다.

한국을 적대시하겠다는 북한 대남전략의 새기조로 정부의 대북정책 추진은 당장 된서리를 맞게 됐다.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가 북한과의 협력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드러냈던 것을 고려하면 이번 북한의 반응은 매우 냉정하면서도 신속한 단절 조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이날 "남북 통신선은 소통을 위한 기본 수단이므로 남북 간 합의에 따라 유지돼야 한다"며 "정부는 남북합의를 준수하면서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노력해나갈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내놨다.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삐걱거리던 남북관계는 이번 연락망 차단 사태를 분수령으로 당분한 경색 국면에 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남쪽과 더 얘기할 것이 없고 심지어 ‘적’으로 보겠다는 북한에게 정부 홀로 관계 개선을 외친다고 한들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북한의 앞으로 어떻게 나올 것인지를 일단 두고 보자는 입장이다. 현재로선 별다른 대응책도 마땅치 않아 보인다.
다만 일각에선 국지적 도발이나 남북간 합의 추가 철회 등의 조치가 나올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날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북한이 모든 전화 통신선을 다 끊어버리겠다고 하는데, 거기 매달릴 필요가 없다"면서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다시 또 슬그머니 연결될 것"이라며 낙관론을 펼쳤다.


정 수석부의장은 “전단 살포 금지 관련 법률을 확실하게 만들어놓고 그런 행동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단속하는 행동이 실제 옮겨지면 북쪽이 남쪽에 대해 태도를 바꿀 것"이라면서 우리가 북한에 앞서 선제적 배려를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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