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카드회사 대출권유 전화로 불편 호소
마케팅 활용 동의했지만 하루 2번씩은 과도
"과도한 측면 인정..횟수 제한 등 개선하겠다"
금융업계 전반의 문제..합리적 해결책 모색해야
[파이낸셜뉴스]
마케팅 활용 동의했지만 하루 2번씩은 과도
"과도한 측면 인정..횟수 제한 등 개선하겠다"
금융업계 전반의 문제..합리적 해결책 모색해야
또 걸려온 대출 안내 전화
언제부턴가 대출 권유 전화가 자주 걸려왔습니다. 물론 받지는 않았습니다. 업무로 바쁜 시간이기도 했고, 지금은 딱히 대출이 필요 없는 상황이기도 해서입니다.
통화 관리 앱 '후후'를 사용하고 있어서, 발신번호 아래 명확하게 '대출안내'라고 떴습니다. 바로 '수신거부'를 눌렀죠. 때문에 얼마 전까지만 해도 '8자리 번호로 대출안내 전화가 자주 오는구나'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이틀 전, 호기심에 통화버튼을 눌러봤습니다. 매일 비슷한 번호로 전화가 오니, 한번 받아나 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통화버튼을 눌러도 아무런 말이 없더군요. '여보세요?'하고 말했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습니다. 곧바로 상대방은 전화를 끊어버렸습니다. 황당했습니다. 그간 통화내역을 살펴봤습니다.
정확한 번호는 '1599 ****'번이었습니다. 올 4월부터 지금까지 총 21번 걸려왔습니다. 하루에 두 번씩 오기도 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번호일까요.
확인해보니 한 카드사가 개인정보 마케팅 활용에 동의한 고객을 대상으로 대출을 권유하는 번호였습니다.
"하루에 두번씩 정말 징글징글"
'더콜', '후스넘버'와 같은 스팸 전화번호 검색 사이트에 접속해서 해당 번호를 검색해보니 같은 불편을 호소하는 글이 많았습니다. 화가 많이 났는지 욕설을 적어놓은 글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1월달부터 꾸준히 연락주시네... 집념 대단... (2020.06.25)
-가족, 남자친구보다 더 많이전화와요.......(2020.05.22)
-마케팅수신거부 요청했는데 계속 전화옴. 차단 했는데도 통화목록에 몇달째임 어휴 미저리...(2020.04.29)
-하루에 두번씩 정말 징글징글 받았더니 말도 없이 끊음 하아,,(2019.10.23)
스스로를 이 카드회사 대출 마케팅 담당이라고 밝힌 글도 있습니다. 상담원 영업실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계속 전화를 돌릴 수 밖에 없다는 하소연입니다.
전화를 받고 수차례 말을 건넸으나 응답이 없었던 이유도 적혀있습니다. PDS라는 '예측 다이얼링 시스템'을 통해 전화를 돌리는 방식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PDS는 시스템에서 자동으로 전화를 걸어 통화가 연결되면 콜센터의 상담원과 연결해주는 시스템입니다. 모든 회선에서 상담이 진행 중일 때 전화를 받으면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마케팅 활용, 스스로 동의한 건 맞지만..
소비자 스스로 마케팅 활용에 동의했더라도, 일상생활을 방해할 정도로 전화를 많이 거는 건 누가 봐도 상식에 어긋나는 일로 여길 수밖에 없습니다.
회사 측은 이같은 불편함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다면서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카드사 관계자는 "고객님들이 불편할 만큼 콜이 나간 부분이 있었다"면서 "마케팅 활용 동의를 취소하면 콜이 안 나가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연결이 안됐을 경우 다시 콜을 할 때 횟수를 제한하고 몇 번 (콜을) 했는데도 연결이 안 되는 분들은 일정 기간 마케팅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개선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사실 이같은 문제는 비단 한 회사만의 이슈가 아니라는 게 금융업계 관계자의 전언입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텔레마케팅으로 영업을 하는 전 금융회사의 공통적인 문제"라며 "업계가 모여서 논의 할 필요성이 있다"고 전했습니다.
Do not call 등록하면 편리하게 수신 거부
그럼 전화를 받지 않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먼저 소비자는 무차별적인 광고전화를 거부할 '당당한 권리'가 있다는 것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신용정보법 시행령 제32조에 따르면 '개인인 신용정보주체는 상품이나 용역을 소개하거나 구매를 권유할 목적으로 연락하는 본인에게 연락하는 것을 중지하도록 청구할 수 있다'고 돼있습니다.
각 카드사 홈페이지에 접속한 후 마케팅 활용 동의 코너에서 '동의하지 않음'을 체크하면 됩니다. 각 카드사의 마케팅 수신거부등록 전화번호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두낫콜(Do not call)'을 이용할수도 있습니다. 은행연합회·여신금융협회·손해보험협회 등 12개 금융업권이 공동으로 구축한 '연락 중지 청구 시스템'입니다. 홈페이지에 접속해 마케팅 전화를 받고 싶지 않은 금융회사를 선택해 신청하면 됩니다. 신청은 2년 간 유효합니다.
과도한 전화 영업으로 득볼까?
대출 필요 여부와 상관없이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텔레마케팅이 해당 회사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지는 의문입니다. 도리어 브랜드 이미지에 손상을 입히고 고객들을 떠나가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하지 않을까요.
답은 소비자가 알고 있을 겁니다. 앞서 소개해드린 스팸 전화번호 검색 사이트 '후스넘버'에 올라온 글로 갈음하겠습니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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