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이스타항공 파산수순 밟나.. 제주항공 "약속 지켜라" 최후통첩

선결조건 이행에 1000억 필요해
현금 바닥난 이스타항공 역부족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가 사실상 해지수순을 밟게 될 전망이다. 제주항공이 10일 영업일 이내에 선결조건 해결 요구했지만 이스타항공이 기한 내 이를 해소하기에는 사실상 역부족이다.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전일 이스타항공에 10영업일 이내에 선결조건을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오는 15일까지 선결조건을 해지하지 않으면 지분인수계약을 파기하겠다는 얘기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에 체불임금 해소, 태국 현지 법인인 타이이스타젯 지급보증, 각종 미지급금 해소 등을 선결조건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800억~1000억원 가량이 필요하지만 현재 자본잠식 상태인 이스타항공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15일까지 선결조건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도 있다는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기한 내에 이스타항공이 선결조건을 해소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 눈치다.

이스타항공은 그동안 타이이스타젯 지급보증 문제 해결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지난달 말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공문을 제주항공에 보낸 것으로 전해졌지만 3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지급보증은 거래종결시점인 지난 6월 29일까지 해결되지 못했다. 여기에 250억원에 달하는 3~6월분 체불임금을 누가 맡을 것이냐를 두고도 양측은 줄곧 갈등을 빚어 왔다.

이스타항공의 설립자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월 29일 이스타홀딩스를 통해 소유하고 있는 이스타항공의 지분을 헌납하겠다고 밝혔지만 상황을 뒤집진 못했다. 오히려 제주항공은 갑작스러운 결정에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고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로부터 '발을 빼려는 꼼수'라는 비판만 받았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지분인수계약이 파기되면 이스타항공은 사실상 파산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3월 24일부터 운항을 중단하며 지난 5월 23일에는 항공운항증명(AOC)까지 일시 정지됐다.

한국민간항공사협회와 대한민국조종사 노동조합 연맹은 지난 1일 "이상직 의원과 국토부가 이스타항공의 체불임금 문제가 해결되고 기업 인수가 완료될 때까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e-mail] 김병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