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고소' 후 생 마감한 박원순 시장
조문과 추모 행렬 둘러싼 갈등 격화
조문과 추모 행렬 둘러싼 갈등 격화
[파이낸셜뉴스] 박원순 서울시장 조문을 둘러싼 정치적, 사회적 갈등이 불붙고 있다.
박 시장이 자신의 비서로부터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고소를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만큼 정치권의 조문 행렬이 부적절 하다는 지적과 고인에 대한 추모는 인간적 도리라는 주장이 충돌하고 있다.
■'2차 가해' 우려에 조문거부
11일 정치권의 박 시장 추모 움직임을 비판하는 입장에선 고소인에 대한 '2차 가해'를 우려하고 있다. 실제 박 시장 사망 이후 온라인 공간에선 고소인 신상털기가 계속되고 있다.
류호정 의원은 자신의 SNS에 올린 '당신이 외롭지 않기를'이라는 글을 통해 박 시장 조문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류 의원은 "저는 ‘당신(고소인)’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존경하는 사람의 위계에 저항하지 못하고 희롱의 대상이 되어야 했던 당신이, 치료와 회복을 위해 필요하다는 정신과 상담을 받고서야 비로소 고소를 결심할 수 있었던 당신이, 벌써부터 시작된 ‘2차 가해’와 ‘신상털이’에 가슴팍 꾹꾹 눌러야 겨우 막힌 숨을 쉴 수 있을 당신이 혼자가 아님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2차 피해를 막을 안전한 환경 조성을 위해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다"며 "저는 조문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장혜영 의원은 "차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애도할 수 없다. 고인이 우리 사회에 남긴 족적이 아무리 크고 의미 있는 것이었다 해도, 아직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이 있다"며 "전례 없이 행해져야 하는 것은 서울특별시장(葬)이 아니라 고위공직자들이 저지르는 위계에 의한 성폭력에 대한 철저한 진상파악이고 재발방지 대책"이라고 호소했다.
심상정 대표는 박 시장 조문을 마친 뒤 "이 상황에서 가장 고통스러울 수 있는 분 중 한 분이 피해 호소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무엇보다 이 상황이 본인의 잘못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꼭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 피해 호소인에 대한 신상털기나 2차 가해는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라는 것을 호소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 시장에 대한 서울특별시장을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하루 만에 청원이 20만명을 돌파했다.
반면 고인에 대한 인간적 도리와 지나온 삶 전체를 평가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이해찬 대표는 지난 10일 박 시장 조문 후 '고인에 대한 의혹이 있는데 당 차원의 대응을 준비하고 있나'라는 질문에 "예의가 아니다. 그런 걸 이 자리에서 예의라고 하나. 최소한 가릴 게 있다"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이후 추가 질문이 계속되자 이 대표는 자리를 떠나며 "XX자식"이라는 욕설까지 내뱉었다.
최민희 전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정의당이 박 시장 조문을 '정쟁화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은 애도할 시간"이라며 "박 시장 조문은 자유다. 정의당은 왜 조문을 정쟁화하나"라고 날을 세웠다.
또 "시비를 따질 때가 있고 측은지심으로 슬퍼할 때가 있는 법"이라며 "뭐 그리 급한가"라고 말했다.
당 내 여성계 출신 정치인들도 박 시장 관련 의혹을 언급하는 대신 추모의 메시지를 우선 내놓고 있다.
정춘숙 의원은 SNS에 "1992년 부터 함께 여러가지 일을 했다. 뭐라 말 할수가 없다. 그저 눈물 뿐"이라며 "박원순 시장님, 내 선배님,명복을 빈다"고 했다.
남인순 의원은 박 시장 시신이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으로 운구될 때 자리를 함께했고 윤미향 의원은 SNS를 통해 박 시장의 명복을 빌었다.
당 내 중진이자 여성가족부 장관을 지낸 진선미 의원은 아직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향후 정확한 진상과 인과관계 파악 후 추가적 입장을 내놓겠다는 설명이다.
허윤정 대변인은 지난 10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시장 의혹을) 회피하거나 미루는게 아니다. 실제로 정확히 내용에 근거해서 대응하겠다"며 "죽음은 있었지만 죽음의 실체가 파악이 안된 것이다. 저희로선 지금 이런 상황에서 입장을 내기에는 너무 제한적"이라고 말한 바 있다.
juyong@fnnews.com 송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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