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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 13년 만에 파산 수순...책임소재 놓고 200억대 소송전 예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7.23 15:31

수정 2020.07.23 15:31

[파이낸셜뉴스] 제주항공이 23일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하면서 이스타항공의 파산 가능성이 높아졌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항공시장에서 자력으로 생존하는게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정부도 이스타항공이 고용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플랜B'를 제시하면 지원책을 검토한다는 소극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스타항공 인수 무산에 따라 선지급한 계약금(이행보증금, 115억원) 및 대여금 등 약 215억원 반환, 미지급금 1700억원 발생 책임 소재 등을 놓고 인수합병(M&A) 계약파기 책임 소재를 둘러싼 법정공방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13년 만에 이스타항공 청산 수순
제주항공이 이날 이스타홀딩스와 체결한 이스타항공 경영권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해제하면서 이스타항공은 13년 만에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의지와 중재 노력에도 현재 상황에서 인수를 강행하기에는 제주항공이 짊어져야 할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고,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피해에 대한 우려도 큰 것이 사실"이라며 인수 포기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선언한 후 계약은 순항하는 듯 했으나, 코로나19가 확산된 올해 초부터 운항중지와 선결조건 이행 등에 대한 양사간 잡음은 끊이질 않았다. 결국 제주항공이 인수 계획을 발표한지 7개월 만에 국내 항공사 간 첫 M&A로 관심을 모있던 계약은 파기됐다.

업계는 이번 계약이 불발되면서 이스타항공이 파산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3월부터 국내선과 국제선 운항을 모두 중단하는 '셧다운'에 돌입한 이스타항공은 항공운항증명(AOC) 효력도 5월부터 중지된 상태다. 체불 임금과 항공기 대여료, 주유비 등은 1700억원에 달하지만, 자금을 조달한 능력은 사실상 '제로'다. 지난 1·4분기 자본 총계는 -1042억원으로, 이미 완전 자본잠식에 빠진 상태다.

이 때문에 법정 관리에 돌입하더라도 기업회생보다는 청산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회생 절차를 거쳐 부실을 가까스로 해소하더라도 현재 시장 상황에서 새 주인 찾기가 쉽지 않아 이같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업계 관계자는 "이스타항공의 경영 상황을 고려하면 인수되는 것만이 버틸 수 있는 길이었다"며 "대규모 지원없이는 회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스타항공이 고용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플랜B'를 제시하면 지원책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김상도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항공산업 현안 브리핑에서 "이번M&A 결렬로 이스타항공의 경영정상화는 매우 불투명해졌고 고용불안 및 항공업계 파장도 예상된다"면서 "고용문제가 심각한데 정부가 먼저 지원책을 제시하기는 어렵고 이스타항공이 플랜B를 발표하면 정부는 긍정적으로 내용을 검토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인수무산 책임 법정공방 불가피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무산으로 양사간 법정 다툼도 불가피해졌다.

쟁점은 제주항공이 선지급한 이행보증금 및 대여금 반환, 이스타항공의 미지급금 1700억원 발생과 이를 유발한 셧다운 등에 대한 책임 소재, 선결 조건 이행 여부 등이 거론된다. 앞서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주식 497만1000주(51.17%)를 545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금 119억5000만원(이스타홀딩스 115억원, 나머지 주주 4억5000만원)과 운영비 명목의 대여금 100억을 지급해 215억원 반환을 놓고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저리로 운영비까지 지원하면서 계약상 의무를 이행했으나 이스타항공이 약속한 선결 조건을 충족하지 않았다"며 "법 안에 할 수 있는 부분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상 인수자가 계약을 파기할 경우 계약금은 돌려받을 수 없지만, 계약 파기에 대한 책임 소재를 가려내 계약금 환급 등을 요구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운영비 명목의 대여금도 돌려주지 않을 경우 법적 다툼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항공은 이날 공시에서도 "진술 보장의 중요한 위반 미시정 및 거래 종결기한 도과로 인해 기체결한 주식매매계약을 해제했다"는 설명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이스타항공 측은 "제주항공의 계약 이행을 촉구하며 계약 위반·불이행으로 인한 모든 책임은 제주항공에 있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상된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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