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초기 방역에 성과를 거두고 전면적 이동제한 조치까지 가지 않으면서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상황이 비교적 나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올해 2·4분기 성장률이 -3.3%로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수출·투자·고용이 계속 감소하고 있는 점에서 알 수 있듯 우리 경제도 코로나19 충격의 한가운데에 있다. 추후 국내외 어디로부터 어떤 종류의 충격이 닥칠지 예측하기 어려운 가운데 위기가 지속될수록 가계와 기업과 산업의 견디는 힘도 급속히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위기상황에 대한 공동의 절박한 인식과 그에 따른 비상한 대책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난 7월 14일 제7차 비상경제회의에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한국판 뉴딜은 경제 전반의 디지털 전환 촉진을 위한 '디지털 뉴딜'과 경제의 기반이 되는 저탄소·친환경 전환 가속화를 위한 '그린 뉴딜' 그리고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뒷받침하며 포용사회를 진전시키기 위한 고용·사회안전망 강화로 구성된다.
2025년까지 총 160조원(국비 114조1000억원, 지방비 25조2000억원, 민간 20조7000억원)의 투자계획을 포함하는 국가 차원의 대단위 프로젝트다. 정부 주도 대규모 공공 프로젝트의 대표적 사례로 자주 인용되는 1930년대 미국 뉴딜정책처럼 한국 경제의 회복과 전환을 위한 정부의 의지와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경기침체나 저성장기 정부의 대규모 재정지출은 그 효과에 논란이 존재한다. 재정지출이 수요와 투자를 창출해 기대했던 회복을 이끌어낼 수도 있으나, 반대로 단기 반짝 효과 후 장기에 걸쳐 국가재정에 엄청난 후유증을 남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논란은 재정지출의 명목적 이유나 지출액 규모보다 경제가 필요로 하는 성과를 도출해낼 수 있는 대상 선정과 내용 설계가 정책의 관건임을 시사한다.
금번 한국판 뉴딜은 코로나19가 발생하기 훨씬 전부터 한국 경제가 지녀온 구조적 문제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세계 주요국들도 디지털 전환과 저탄소·친환경 전환을 미래 산업경쟁력 확보의 최우선 대상으로 인식하고, 산업정책 강화와 투자 확대를 통해 신산업 및 일자리 기회 창출에 진력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판 뉴딜을 통해 한국 경제의 디지털 전환과 저탄소·친환경 전환에 성공하려면 뉴딜의 방향성에 부합하는 민간부문의 혁신과 투자가 반드시 뒤따라야만 한다. 궁극적으로 민간부문의 참여와 역할이 정책 성공 여부의 핵심이며 한국판 뉴딜도 예외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혁신에 필요한 규제개혁과 투자유인을 제고할 지원방안을 세심하게 보완할 필요가 있다.
김인철 산업연구원 산업정책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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