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단체 '불법의료 만연' 첫 인정
PA 등 공공연한 불법 사례 구체적 언급
의사·의대생 총파업 앞두고 논란 가열
[파이낸셜뉴스] 의사 부족으로 의료현장 전반에 불법의료가 만연하다는 주장이 의료계에서 최초로 제기됐다. 일상적으로 의사 업무를 간호사가 대행하고 수술실에서 일부 수술을 대신 집도하는 경우까지 있다는 주장이다. 개별 의료기관의 일탈로 여겨졌던 무면허 의료행위가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PA 등 공공연한 불법 사례 구체적 언급
의사·의대생 총파업 앞두고 논란 가열
의사 및 의대생 단체가 정부의 의사인력 확대 양성방침에 반발해 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파업의 정당성을 놓고도 논란이 일게 됐다.
■의사인력 부족, 의료현장 부실로 직결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6일 오전 영등포 노조사무실 생명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사인력 부족이 빚은 불법의료 실태를 고발했다. 현장엔 상급의료기관과 지방의료원에서 현직 간호사로 근무 중인 의료인이 참석해 직접 보고 겪은 불법행위 사례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특히 의료계 내부에선 최초로 의료계 내부에 불법의료가 만연하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의사 등 의료인력 충원이 정책적으로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는데 뜻을 모았다.
상급종합병원에서 24년차 간호사로 근무 중인 A씨는 의료현장에서 PA(Physician Assistant, 진료보조)라 불리는 간호사들이 불법적으로 의사업무 일부를 대행하는 실태를 증언했다.
A씨는 “진료과마다 상황이 다르지만 (PA가) 전공의가 해야 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며 “동의서 작성부터 수술 설명, 수술 보조, 봉합 끝나고 수술부위 드레싱, 검사와 처방 오더 업무까지 의료법에 의사가 하도록 한 업무를 죄다 PA가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이어 “병원에 66명의 PA가 있다는 말은 전공의 66명이 부족하다는 말과 같다”며 “의사들은 의사 처우개선을 해줘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지방병원에서 간호사보다 10배 높은 의사 연봉을 줘도 안 오는 상황에서 어떤 개선을 말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의사업무를 숙련되지 않은 간호사가 하다 문제가 발생하는 사례도 언급됐다. 상급종합병원 간호사 B씨가 근무하는 병원에서 보고 겪은 사례는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코를 통해 위로 관을 삽입해 음식물을 투입하는 삽입행위를 미숙한 간호사가 하다 폐로 삽입했던 사례, 백혈병을 앓는 아동 환자에게 중심정맥관을 빼는 과정에서 처치를 미숙하게 해 폐 색전증이 생긴 사례 등이 언급됐다. 환자들은 모두 사망했다.
명백한 의료사고이자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지만 병원은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B씨는 “(PA가) 흰 가운을 입고 있어서 환자들이 의사인지 아닌지 알기가 어렵다”며 “두 경우 다 크게 문제가 되진 않은 걸로 안다”고 답했다.
이밖에도 의료법상 의사가 해야 하지만 간호사 등 다른 인력에게 전가되는 업무가 적지 않다. △의사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공유해 진행하는 대리처방 △수술 봉합 △간단한 수술 집도 △수술 중 방사선 촬영 △수술 시 회복실 등으로 환자 이송 △수술 후 처치 △각종 관 삽입 △각종 검사 △동맥혈 채혈 △동의서 및 의무기록지 작성 △각종 검사 설명 △수술 전후 교육 및 설명 등이 대표적이다. 대부분 의사가 직접 시행하거나 동석한 상태에서 진행돼야 하는 의료행위지만 간호사가 별도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언급됐다.
■의사·의대생 총파업 앞두고 관심 집중
지방 공공의료원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의사들이 지방을 선호하지 않는 현상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공공의료원 간호사 C씨는 “호흡기쪽처럼 배출되는 의사가 적은 분야는 의사가 그만두면 다시 구할 때까지 진료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명색이 공공의료원인데 환자가 와도 의사가 없어서 전원을 보내야 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현장에서 활약하는 의사인력 부족이 의료체계 전반을 부실하게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의료현장에서 불법행위가 있다는 걸 드러내 인정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현장에서 일하는 간호사가 불법행위를 하고 있고 각 병원이 타깃이 되는 부분이 있지만 가면을 쓰고서라도 증언을 하자고 결단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의사와 의대생 단체는 정부의 의사 추가양성 방침에 극렬히 저항하고 있다. 7일 전국 250개 수련병원 1만6000여명 전공의 파업을 시작으로 전국 의대생 수업거부와 개업의를 포함한 의사 총파업이 줄줄이 예고된 상태다. 특히 응급실, 중환자실, 수술실, 분만실 등 필수유지 인력까지 모두 파업에 참여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시민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정부는 의사 단체와 대화를 이어가는 한편 개별 대학병원과 전문의 등 대체인력을 긴급 투입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당정은 2022년부터 의과대학 신입생을 매년 400명씩 10년 간 4000명을 증원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특히 이 가운데 3000명은 의료진 부족 지역에서 최소 10년 간 근무해야 하는 지역의사로 선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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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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