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美, 코로나 대응-탈중국 위해 의약품 국산화 박차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8.06 14:14

수정 2020.08.06 14:14

지난달 2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한 대학가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모인 시민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AP뉴시스
지난달 2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한 대학가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모인 시민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코로나19 피해가 극심한 미국에서 중국과 최악의 갈등 와중에 의약품 원재료 생산을 국산화 해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저임금을 바탕으로 이미 세계 최대 원재료 생산국으로 발돋움한 중국의 업계는 선진국이 가격 경쟁에서 중국을 따라잡기 불가능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현지시간)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미국 내 해열제 및 항생제같은 일반 의약품 재고가 크게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2월에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의약품 부족 현상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WSJ는 미국이 의약품과 의약품 제조에 쓰이는 주재료인 활성원료의약품(API) 대부분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고 중국의 수급 상황이 전염병 혹은 정치적 의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 경제 매체 CNBC는 지난 3월 보도에서 중국이 세계 API 공급의 약 60%를 담당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입지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 제약사들은 2000년대 이전만 하더라도 루이지애나주나 텍사스주 등에 제약 공장을 운영하며 API를 직접 만들었다. 제약사들은 이후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마진이 적은 API 생산보다는 고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의약품 특허 개발에 집중했다. API 공장들은 인건비가 낮은 동남아 지역으로 점차 이동했고 특히 중국은 저임금과 느슨한 환경 및 안전규제를 이용해 API 제조 분야에서 입지를 다졌다. 다국적 제약사들은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 가입에 발맞춰 중국산 API에 의존하기 시작했다. FDA에 의하면 2019년 기준 미국 제약사 API 공장 가운데 13%가 중국에 있었다. WSJ는 미국이 항응고제인 헤파린의 80%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코로나19 증상 치료에 쓰일 수 있는 아목시실린, 시플로플록사신, 테트라시클린같은 항생제 대부분을 중국산에 의존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중국의 공급 능력과 의지다. 해열진통제에 쓰이는 중국산 아세트아미노펜의 미국 수출 규모는 중국에서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2월에 전월대비 약 70% 감소했다. WSJ는 중국 제조사들이 내수를 맞추느라 수출량을 줄였다고 분석했다. 지난 3월 중국 신화통신에는 중국이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의약품 수출을 제한할 수도 있다는 기고문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에 미국은 API 국산화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미 공화당은 지난 3월 상원에 2023년까지 중국산 API와 의약 완제품 수입을 중단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미 코닥은 지난달 정부로부터 7억6500만달러(약 9137억원)의 대출을 받아 코닥 제약을 출범시키고 핵심 API 생산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코닥이 미국의 의약품 제조업 탈환을 위한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프랑스 대형 제약사인 사노피 또한 지난 2월에 유럽 내 API 제조 공장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기업들은 미국의 국산화 방안에 시큰둥한 모습이다. 중국 산둥성에서 세계 아세트아미노펜 수요의 약 25%를 공급하는 제약사 안치우루안은 WSJ의 서면 질의에서 "대량 생산이 가격 경쟁력의 핵심이며 API를 미국에서 다시 만들어봤자 가격이 비싸고 경쟁력이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미 비영리 연구단체인 아시아정책연구소(NBAR)의 벤자민 소버트 선임 연구원은 "화학 제조업은 과거 30년 동안 점차 미국 밖으로 빠져나갔다"며 "이를 되돌리는 것은 세계화를 되돌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