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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백 "역사 만화 '35년' 항일운동에 대한 이해 넓히는 데 도움되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8.10 18:00

수정 2020.08.10 18:45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일제강점기 독립투쟁 역사만화 '35년' 저자 박시백 작가가 1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광복회관에서 열린 완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08.10. chocrystal@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사진=뉴시스화상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일제강점기 독립투쟁 역사만화 '35년' 저자 박시백 작가가 1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광복회관에서 열린 완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08.10. chocrystal@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사진=뉴시스화상
[파이낸셜뉴스] "제 작업은 기존에 연구된 걸 새로 발굴한 게 아닙니다. 학자분들이 연구해 놓은 것들을 요약하고 만화 형식으로 정리하자는 차원에서 이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가 7권으로 나왔습니다. 많은 분들이 보셔서 일제강점기 35년의 이해의 지평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
만화로 역사를 기록하는 화백, 박시백이 7년만에 일곱권의 책을 들고 세상에 나왔다.
책의 제목은 '35년'. 우리나라가 일본에 강제 병합된 1910년부터 1945년 해방까지 일제강점기 우리의 역사를 다룬 만화다. 광복 75주년을 5일 앞두고 발간된 책이어서 더욱 의미 깊다. 그는 지난 2003년부터 2013년까지 10년 동안 20권으로 구성된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을 통해 조선왕조 500년의 역사를 재밌게 그려내며 300만부의 판매 부스를 기록, 밀리언셀러 작가로 등극했다.

조선왕조실록을 집필한 이후 후속작으로 고려사를 그릴지 고민했었다는 박 화백은 조선왕조실록 집필이 끝맺음을 맺던 2013년 당시 위안부 문제가 사회의 현안으로 떠오르는 것을 보면서 오히려 "현대와 직결되어 있는 일제 강점기 역사에 대해 정리할 필요성을 느껴 이 35년에 대한 만화를 그려야겠다고 생각했다"고 10일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밝혔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밑작업에 들어간 것은 2년이 지난 후인 2015년이었다. "조선왕조실록 작업을 끝낸 후 밀려든 후속 작업을 마무리한 뒤 본격적으로 2015년부터 일제강점기 역사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는 박 화백은 "조선왕조실록은 단일한 책이 있어서 이것만 열심히 보면 됐는데 이번 작업은 하나로 정리된 텍스트가 없어서 관련된 자료를 찾아 보고 상충되는 부분을 비교하는 부분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화백은 그 자신 역시 "공부를 하기 전에는 일반인들과 다름 없이 일제강점기의 역사에 대해 일천한 지식을 갖고 있었다"며 "처음부터 맨 땅에 헤딩하듯 공부했는데 일반적으로 서술된 글에서부터 시작해 후에 60권으로 된 '한국독립운동사' 책을 보면서 이를 메인 텍스트로 삼아 작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35년이라는 시간과 그 역사는 생각보다 긴 기간이었다. 박 화백은 "35년이라는 시간은 한 세대가 활동하는 시간 이상의 시간"이라며 "한일 합방 이후 초기 10~20년은 많은 사람들이 그 사건을 목도하고 독립운동에 헌신할 수 있지만 그 이후에는 다음 세대의 사람들이 나서야만 독립운동이 가능할 수 있었던 시기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의 선조는 이 시간 동안 계속해서 독립운동을 위해 헌신했고 이에 역사를 공부할 수록 더욱 더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제강점기 35년은 현대에서 한발 앞선 시대다. 근과거였던만큼 남아있는 자료도 방대했지만 한편으론 그렇기에 사관이 한쪽으로 치우칠 우려도 있었다. 박 화백은 이를 스스로 경계했다. 이에 더 많은 자료를 보고 분석하고자 했으며 현장 답사도 적극 나서려 했다. 또 자신의 치우침을 경계하기 위해 9명의 현직 역사 교사가 편집에 참여하도록 해 역사적 사실관계를 바로잡고자 했다. '35년'을 제대로 공부하고 연구해 스토리를 짜기까지 4년여의 시간이 걸렸고 공부가 마무리 되었다고 느꼈을 시점에서야 그는 그의 펜과 붓을 들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공부의 과정에는 수많은 서적을 참고하고 많은 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지만 그림을 그리는 작업에 있어서는 어시스턴트 한 명 두지 않았다. 자료 조사와 정리, 콘티와 밑그림, 펜 작업, 채색 등 모든 과정을 직접 도맡아 했기 때문에 일정은 더뎌졌다. 하지만 그렇기에 장인의 작품처럼 완성도는 높은 또 하나의 역작이 탄생했다.

박시백 화백은 "이번 작업을 통해 이름도 몰랐던 수많은 사람들, 이념을 벗어나 민주주의자와 사회주의자 모든 선조들이 자신의 전부를 걸고 나라와 역사를 위해 헌신했음을 깨달았다"며 "우리나라의 독립은 단지 옆 나라에 원자폭탄이 터지면서 쉽게 얻어낸 것이 아니라 치열한 선조들의 싸움의 결과로 얻은 기회였으며 이러한 선조들의 노고를 더 많이 기억하고 후세에 알리는 일이 후손들이 해야할 일"이라고 말했다. 박 화백은 "1000여명의 인물들을 그려내며 많은 사람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가지만 또 하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독립운동가 반대편에 있던 친일부역자들이기도 하다"라며 "해방 이후 사실상 주류로 살아왔고 자신의 친일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많다. 여전히 강고하게 힘을 갖고 있는 이들을 우리가 잊지 않고 꾸준히 지켜보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말했다.

'35년'의 완간을 맞이해 그는 "시작할 때부터 아쉬움이 말미까지 있었다"며 "수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다루고픈 욕심에 만화적인 재미가 떨어진 부분이 있으나 또 반면 더 많이 담아내지 못한 아쉬움 또한 있다"고 말했다.

이번 작업을 마무리 한 뒤 박 화백의 후속 작품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그는 "이 작품을 그리기 전에도 고려사에 대한 생각이 있었는데 지금도 여전히 염두에 두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35년' 이후, 해방 이후의 역사를 그리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있는데 어떤 것부터 먼저할 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며 후일의 행보에 여지를 남겼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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