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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4억 이하 전세 급감… 세입자들 더 낡고, 더 작은 집으로 [안먹히는 부동산대책]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8.10 18:13

수정 2020.08.10 18:13

2011년 89.7%→올해 52.7%
2억 이하 43.3%→13.7%
가격대 낮을수록 노후화 심각
서울 4억 이하 전세 급감… 세입자들 더 낡고, 더 작은 집으로 [안먹히는 부동산대책]
서울 전세값 상승세가 지속되며 '4억원 이하' 중저가 전세거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최근 10년 새 서울 4억원 이하 전세 비중이 40% 가까이 급감하면서 서민들의 주거 부담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특히, 임대차 3법 시행으로 전세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임대보증금 인상이 줄줄이 이어지면 같은 가격대의 매물이라도 더 노후화된 주택으로 대체되거나, 주거 면적 역시 줄어들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2억~4억원 전셋집 90%→50%로

10일 직방 및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2011년에는 서울에서 전세로 계약된 10가구 중 9가구(89.7%)가 4억원 이하의 임대보증금을 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불과 5가구(52.7%)에 그쳤다.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대별 거래비중은 2억원 이하 13.7%, 2억~4억원 이하 39.0%, 4억~6억원 이하 29.1%, 6억~9억원 이하 13.2%, 9억원 초과 5.1%의 비중을 차지했다.


2억원 이하 전셋집은 이제 서울에서 찾아보기 힘든 수준이다. 2억원 이하 저가 전세거래는 2011년 43.3%에서 올해 13.7%까지 감소했다.

4억원 이하의 중저가 전세 아파트는 강남3구와 한강변 주변에서 특히 빠른 속도로 자취를 감추고 있다. 노도강(노원, 도봉, 강북)과 금관구(금천, 관악, 구로) 등에서도 4억원 이하 전세거래비중이 다른 지역에 상대적으로 많을 뿐 거래량 자체는 감소하고 있다.

실제 상대적으로 전세가격이 저렴한 노도강과 금관구는 4억원 이하 전세거래 비중이 각각 88%와 76%로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중저가 세입자, 노후화 소형으로

문제는 거래비중 감소뿐 아니라 같은 가격대의 매물이 노후화된 주택이나 소형으로 대체되며 주거의 질이 악화된다는 점이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대별 거래 평균 전용면적은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2011년에는 전세보증금 2억원 이상~4억원 초과 가격대에서도 평균 전용면적 86.0㎡인 중대형 거래가 이뤄졌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는 6억원 초과~9억원 이하 가격대가 평균 전용면적 94.3㎡로 중대형 거래의 다수를 차지했다. 전세가격 2억원 이하 구간은 2011년 평균 전용면적 62.7㎡에서 2016년 50.8㎡, 2017년 상반기 43.5㎡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

또한 전세거래 가격대가 낮을수록 준공 연한이 오래된 노후주택 위주로 대체되고 있다. 9억원 초과 전세의 경우 2011년에는 평균 준공 연한이 5.2년이었지만 올해 상반기는 15.1년으로 준공 연한이 10년 가까이 늘어났다. 2억원 초과~4억원 이하는 같은 기간 13.2년에서 21.1년으로 7.9년이 늘어났다. 같은 중저가 전세매물이라도 가격 상승에 비해 거주 여건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10년 전에 비해 더 오래되고 더 작은 집으로 바뀌었다는 의미다.

정부는 임대차 3법 시행으로 임차인의 임대기간 보장과 임대료 부담을 줄이면서 주거안정을 이끌겠다는 계획이지만 사실상 실제 전셋집에 거주하는 세입자들이 머물 주택이 절대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임차인의 권리뿐 아니라 이들이 실제 거주할 수 있도록 임대물량 유통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는 장치가 선결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전셋값 상승은 결국 집값 상승과 같은 궤적을 그릴 수밖에 없다"며 "서울의 아파트 중위평균거래가격이 9억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전셋값만 제자리에 머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격의 상향평준화에다 최근 임대차3법이 통과되며 전셋값 상승에 기름을 부은 상황이라, 앞으로는 2억~4억원, 4억~6억원이 양분하던 서울 전세거래 구도가 깨질 것"이라며 "절대적 물량 공급과 함께 주거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안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imhw@fnnews.com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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