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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 中 기술유출 공포..OLED도 안심 못한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8.18 14:59

수정 2020.08.18 14:59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전경. /fnDB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전경. /fnDB

[파이낸셜뉴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의 기술유출이 심각한 위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제패한 중국의 무차별적인 '기술 빼먹기' 전술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서도 계속되면서 그동안 공들인 최후의 보루도 언제 함락될지 모른다는 위기 의식이 커지고 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삼성디스플레이 소속 연구원이 OLED 제조 관련 기술을 중국 회사에 넘기려다가 검찰에 구속됐다. 이 기술은 OLED용 라미네이션 설비 공정에 적용되며, 엣지·폴더블 등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구현된 고급 OLED 패널 제작에 필수적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3년간 100억원대의 연구개발비를 들여 세계 최초로 해당 기술을 개발했다.


또 삼성디스플레이는 톱텍과의 플렉시블 OLED용 3D 라미네이션 기술 유출 소송에도 3년째 얽매여 있다. 이달 말 1심 선고가 날 예정이다.

한국 디스플레이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되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관련 업계는 위협을 넘어 공포감마저 느끼고 있다. 업계 내에선 '몸값 높은' 한국 인력 덕분에 중국이 불과 10여년 만에 대형 LCD 시장을 집어삼킬 수 있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중국이 기술력 부족을 만회하기 위해 한국 기업의 기술과 핵심 인력을 탈취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내 LCD 산업은 중국이 하지 못하는 '틈새 시장'만 남아있는 상태다. TV와 컴퓨터 모니터 등 전통적인 패널 시장은 정부 지원금을 등에 업고 저가 물량 공세에 나선 중국에 완전히 내줬기 때문이다. 팔수록 적자를 보는 늪에 빠진 국내 업체들은 결국 연말까지 LCD 시장에서 발을 빼는 수순을 밟고 있다.

LCD 주도권을 빼앗은 중국이 OLED에서도 유사한 전철을 밟고 있어 국내 기업들의 공포감은 더 극에 달하고 있다. 특히 최근 5년새 중소형 OLED에서 동반 인력 유출 사례가 나오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 두명 가는 건 타격이 크지 않겠지만, 팀 단위로 이동하는 경우는 차원이 다르다"면서 "기술자가 갖고 있는 네트워크나 인적 인프라도 같이 중국으로 유출되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중국이 국내 OLED 초격차를 맹추격하면서 한국 기술력을 넘어설 날이 머지 않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애플은 오는 9월께 선보이는 아이폰 12 시리즈에 LG디스플레이와 중국 BOE의 OLED 패널을 놓고 숙고하다 국내 제품 손을 들어줬다. 남상욱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까다롭기로 유명한 애플이 아직까지 국내 제품이 더 우위에 있다고 증명해준 셈"이라면서도 "BOE가 화웨이 시제품을 만들어내는 등 기술을 점차 확보하고 있어 당장 내년이라도 BOE가 애플에 패널을 납품하고 물량을 쏟아낼 수 있다.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seo1@fnnews.com 김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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