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정지우 특파원】중국 해커단체가 대만 정부기관과 정보 서비스업체를 해킹해 데이터를 훔치려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중국과 대만의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또 다른 불씨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20일 AFP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대만 조사국 산하 사이버안보 수사처는 중국 해커단체 블랙테크, 타이도어 등 2곳이 2018년부터 대만 정부기관을 비롯한 10여곳을 해킹한 뒤 이메일 계정 6000여개에서 데이터를 훔치려 했다고 전날 밝혔다.
대만 정부는 지난 2016년 반중 성향의 차이잉원 총통이 당선된 이후 중국의 사이버 공격 활동이 심해졌다고 비판했다.
다만 이번 중국 해커단체의 활동으로 어떤 데이터가 유출됐는지 여부와 그 피해 정도에 관한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대만 정부는 “손해가 결코 적지 않다”라면서 “모두에게 위협을 알리고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발표”라고 전했다.
대만 정부는 이들 해커단체가 중국 공산당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대만 정부기관 등에 장기간 잠입해 있으면서 중요한 정부 문서와 자료를 목표로 활동했다는 게 대만 정부의 분석이다.
해킹 대상에는 대만 정부에 정보 서비스를 제공해 온 대만정보기술(IT) 기업도 최소 4곳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정부는 대만 회사나 개인이 중국 해커단체와 협력했는지 여부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과 대만 관계는 올해 초 ‘하나의 중국’(대만은 중국의 일부)을 부정하는 차이잉원 총통이 재선에 성공한 이후 악화되고 있다. 양국은 대만 해협에서 잇따라 군사훈련을 하며 긴장감을 높이고 있으며 중국은 외교·경제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앨릭스 에이자 보건복지부 장관이 대만을 공식 방문하면서 상황은 일촉즉발로 고조됐다. 에이자 장관의 방문은 1979년 대만과 단교 이후 처음 이뤄진 최고위급 사례다. 당시 중국은 ‘군사충돌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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