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가(CEO)가 이달 미국 정부의 ‘틱톡’ 제재를 사실상 부추겼다는 주장이 나왔다. 소식통에 의하면 그는 지난해부터 미 정치인들을 상대로 페이스북의 중국 경쟁자이자 동영상 기반 소셜미디어서비스(SNS) 플랫폼인 틱톡이 미국의 안보와 미 기업들을 위협한다고 설파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관계자들을 인용해 저커버그가 지난해 가을에 워싱턴DC를 찾아 백악관 및 의회 인사들과 접촉한 자리에서 틱톡 이야기를 꺼냈다고 보도했다.
우선 저커버그는 지난해 10월 말 비공개 백악관 만찬에 참석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의원들 앞에서 중국 인터넷 기업들이 미국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해당 문제를 페이스북 규제보다 심각하게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커버그는 같은달 워싱턴DC 조지타운 대학 강연에서도 “전 세계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어플리케이션(앱) 틱톡 상 시위 관련 발언이 심지어 미국에서도 검열되고 있다. 그게 우리가 원하는 인터넷인가?”라고 말하며 틱톡을 공격했다. 관계자는 저커버그가 백악관 만찬에서도 비슷한 의견을 반복했다고 전했다.
같은달 공화당 톰 코튼 상원의원(아칸소주)과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뉴욕주)는 미 정보당국에 틱톡의 국가안보 침해 여부를 조사해달라는 서신을 보냈다. 두 의원 모두 9월에 저커버그와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미 정부는 틱톡을 상대로 조사를 시작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미국 기업·개인과 틱톡의 모기업인 바이트댄스 간의 거래를 중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백악관 대변인은 만찬 관련 질문에 "행정부는 모든 사이버 연관 위협으로부터 미국인들을 지키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답했다. 앤디 스톤 페이스북 대변인은 저커버그가 당시 만찬에서 틱톡 관련 논의를 한 기억이 없다고 밝혔다.
WSJ는 저커버그가 틱톡에 대한 미 정치권의 대응에 구체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는 불분명하지만, 페이스북이 틱톡의 고전으로 반사이익을 얻는다는 점은 확실하다고 분석했다. 페이스북은 이달 자체 동영상 공유 서비스인 ‘릴스’를 출시했으나 틱톡과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앞서 페이스북은 과거 위협이 될만한 창업초기기업(스타트업)을 미리 인수하는 전략으로 경쟁을 예방했지만 최근 독과점 논란으로 이러한 전략이 어려워졌다.
대신 페이스북은 정치권 로비를 강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페이스북은 '미국의 우위'라는 로비단체를 만들어 미국 경제, 국가안보, 문화적 영향력에 대한 미국 정보통신(IT) 기업들의 기여를 극찬하는 광고를 가동했다. 비영리 연구단체인 책임정치센터에 따르면 페이스북이 상반기 로비 지출액은 지난해 8위였다가 올해 1위로 뛰어올랐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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