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회의 열고 ‘신용등급 방어전’
정부가 6일 4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결정하면서 나랏빚 규모가 더욱 커져 우리나라 국가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될 우려가 커졌다. 내년도 예산을 사상 최대 적자재정으로 편성하면서 국가채무비율이 크게 상승한 가운데 4차 추경으로 재정 부담이 가중된 탓이다.
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3대 글로벌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와 콘퍼런스콜(화상회의) 방식으로 '2020년도 피치와의 연례협의'를 진행했다. 제임스 매코맥 피치국가신용등급 글로벌총괄 등이 참석했다.
신용등급 방어전…피치 채무 함구?
홍 부총리는 올해 재정건전성 지표 악화에 대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라는 미증유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한국 정부는 중장기 재정건전성에 대해 각별히 경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정건전성 관리를 위해 지출혁신 및 수입기반 확충, 재정준칙 도입 추진 등 다각적인 노력을 더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정부는 피치가 앞서 지난 2월 경고한 국가채무에 대해 언급을 했는지 여부에 대해선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앞서 지난 2월 연례협의에서 피치는 "국가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이 2023년 46%까지 증가할 경우 중기적으로 국가 신용등급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올해 첫 40%대를 넘어 43.9%를 기록 중인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은 내년에는 46.7%, 2022년은 50.9%, 2023년에는 54.6%가 된다. 2024년 국가채무비율은 58.3%에 달한다. 하지만 국가채무비율은 피치뿐 아니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무디스 등 다른 국제 신용평가사들도 주목하는 변수다. 실제 S&P는 지난 4월 21일 한국의 장기 국가신용등급 'AA', 단기 국가신용등급 'A-1+'를 유지하고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을 유지하면서 내년 경제 반등과 재정건전성 유지를 전제조건으로 달았다.
피치, "美 부채 많다…신용전망 하향"
실제 피치는 지난 7월 31일(현지시간) 미국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피치는 신용등급을 'AAA'로 계속 유지하면서도 "이미 진행 중인 공공재정 악화와 신뢰할 만한 재정 강화 계획 부재를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치권 등에선 우리의 국가채무비율이 OECD 평균치인 110%보다 낮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유사시 정부 재정을 투입해야 하는 공기업 부채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에서 활용되는 국가채무(D1)와 D1에 비영리 공공기관을 합친 일반정부부채(D2)엔 한국의 특수성이 강한 공기업 부채가 빠져 있다. 우리나라의 비금융 공기업을 포함한 공공부문 부채(D3)는 2018년 1078조원으로 GDP의 56.8%를 차지한다. 2014년 957조3000억원에서 4년 만에 120조원가량 불어났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기업 채무불이행 문제가 발생하면 결국 국민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며 "이를 포함하면 한국 채무비율은 이미 80%를 웃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피치가 당장 한국 신용등급을 조정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다수의 분석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국가신용등급 조정은 없을 것"이라며 "과거 위기사례를 볼 때도 신용등급 조정은 가장 마지막에 이뤄졌다"고 말했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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