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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독자생존 위한 몸부림… 자체OS 탑재하고 ‘글로벌 反美연대’에 사활 [화웨이 제재 D-1 ‘폭풍전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9.13 17:51

수정 2020.09.13 17:51

안드로이드 대신 ‘훙멍’ 탑재
"韓 기업 中시장 잃을 수 있어"
삼성·SK하이닉스에 손내밀어
【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 발동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독자적인 생존책 마련에 나섰다. 또 자신들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적 공급망의 시련이라는 논리로 미국에 맞설 우호기업 모집에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1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 등에 따르면 우선 화웨이는 내년부터 구글 안드로이드 대신 독자개발한 운영체제(OS) '훙멍'을 자사 스마트폰에 적용키로 했다. 스마트폰용 훙멍은 올해 12월에 공개한다. 훙멍은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범용 OS로 스마트폰에서부터 TV, 컴퓨터, 웨어러블 기기 등 다양한 제품에 쓰일 수 있다.
지난해 8월 처음 공개했으나 스마트TV 등 일부 제품에만 우선 사용하고 스마트폰은 아직까지 안드로이드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화웨이가 스마트폰에 훙멍을 도입하기로 한 것은 미국 중심의 안드로이드 생태계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표현으로 해석된다. 중국 정부는 미국과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제재 역시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안드로이드 체제도 그만큼 정상적인 사용이 불가능하다.

다만 유튜브와 지메일 등 구글 애플리케이션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해외시장에서 훙멍이 안드로이드를 대체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선 회의적이라는 해석도 일부 분석가 사이에서 나온다. 비축해둔 반도체 부품이 2021년 중반에 모두 소진되면 여러 사업부문에서 공급망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우려도 있다.

미국의 제재를 글로벌 공급망 사슬 공통의 문제로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중국은 화웨이뿐만 아니라 반도체업체 SMIC(중신궈지),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 등에서도 비슷한 주장을 펼쳐왔다. 쉽게 말해 중국 기업이 힘들 경우 납품업체, 고객사도 시련을 겪을 것이기 때문에 화웨이와 연대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글로벌타임스는 "15일부터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시작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도 시련을 겪을 것"이라며 "미국의 제재 이후 화웨이는 세계의 모든 반도체 부품을 새로 구입할 수 없게 되고, 따라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화웨이라는 큰 고객을 잃게 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화웨이에 D램과 낸드 플래시 부품을 공급해 연간 10조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샹리강 베이징 정보소비연대 사무총장은 글로벌타임스에 "한국 기업들은 화웨이에 대한 공급을 끊는 것을 분명히 원하지 않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이들을 괴롭힐 것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한국 기업이 화웨이에 대한 공급을 장기간 중단한다면 중국 시장을 완전히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위청둥 화웨이 소비자부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열린 연례 개발자대회 발표에서 "모든 개발자는 화웨이가 모으려는 별빛"이라며 "어떤 사람도 하늘 가득한 별빛을 꺼트릴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는 외부 개발자에게 미국의 제재에 맞서 자사 생태계에 들어올 것을 권유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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