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완화 요청에 기재부는 거부
배우자·자녀 보유분까지 더해 과세
투자자들 "현대판 연좌제 폐지해야"
배우자·자녀 보유분까지 더해 과세
투자자들 "현대판 연좌제 폐지해야"
올 연말 대주주 요건 하향에 따른 주식시장 '개미'들의 연이은 매도가 불보듯 뻔해 대거 혼란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대주주 요건 하향을 오는 2023년 양도세 전면도입에 맞춰 유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재부 "대주주 완화 검토 안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5일 "대주주 기준 확대에 대해 입장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이미 지난 2017년 대주주 기준 확대를 담은 법 개정안이 통과됐으며 국회 일정상 대통령령 시행 변경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국회에 세법개정안을 제출했다. 개정안에는 2023년부터 주식 양도세를 과세표준 3억원 이하는 20%, 3억원 초과는 25%로 부과하고, 증권거래세는 현행 0.25%에서 내년에 0.23%, 2023년 0.15% 등으로 단계적으로 내리는 방안을 포함하고 있다.
아울러 양도세 부과 대상이 되는 내년 4월부터 3억원으로 줄어들고 본인 외에도 배우자, 자녀의 보유분까지 합산하는 대통령령을 기존안대로 유지했다.
대주주에 대한 양도세 단계적 범위 확대는 소득세법에 명기되고 대상은 대통령령으로 규정돼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17년 법 개정을 통해 상장사 대주주 기준을 25억원에서 2018년 4월부터 15억원, 2020년 4월 10억원, 2021년 4월 3억원 등으로 매년 대폭 낮추도록 했다. 과세 기준일은 4월 1일이지만 대주주 판단 기준은 전년 12월 말이다.
문제는 대주주 판단 기준일 이전에 종목당 3억원 이상 주식을 가지고 있는 '개미'들의 매도 행렬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대주주 판단 기준이 일정 기간이 아닌 연말에 주식 보유를 했느냐 여부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12월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개인 투자자가 3조8275억원을 순매도해 7년여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식 보유액 기준이 15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내려간 까닭이다. 올해 기준이 3억원으로 대폭 내려가 매도 행렬은 더욱 거셀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대주주 요건 판단 시 특수관계인(직계존비속) 보유 주식까지 합산돼 혼란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는 종목당 10억원으로 기준금액이 높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들은 해당 사항이 없었지만 올해 말 기준 3억원으로 대폭 하향돼 예상치 못하게 대주주 요건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대주주 회피 투매, 국가 경제 손실"
연말에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이자 투자자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11일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기획재정부 앞에서 시위를 열고 "대주주 요건이 3억원으로 확정되면 주식시장의 하락이 불가피하다"며 "직계존비속의 보유주식을 합산하는 대주주 요건은 현대판 연좌제로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기재부는 대주주 요건을 3억원으로 낮춰서 발생하는 주식시장의 혼란보다 벌어들이는 세수가 더 이익이 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며 "요건 완화로 폭락장이 만들어질 것은 뻔해 국가 경제에 미칠 손실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고 지적했다. 한투연은 17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도 투자자들과 같이 대주주 하향 유예에 긍정적인 입장으로 기재부에 해당 의견을 제출하기도 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7월 25일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대주주 자격)회피를 위해 연말만 되면 더 많은 (주식 매물) 물량이 나오게 될 것"이라며 "주식시장 또는 주식 투자자에게 부정적 영향이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인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대주주 요건을 내년부터 3억원으로 하향하는 방안을 2023년 양도세 전면 과세에 맞춰 유예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황세운 상명대 DnA랩 객원연구위원은 "대주주 요건이 낮아진 해를 살펴보면 실제 12월 3, 4째주에 개인 매도가 심해지는 점을 볼 수 있다"며 "2023년부터 양도세 전면과세가 시행되는 만큼 2022년까지는 기존 10억원 기준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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