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주재 긴급 안보장관회의
"사건 경위·사실관계 차이점 있어
열린 자세로 진상규명" 요청
北, NLL보다 南으로 자체 설정한
서해 해상군사분계선 언급하며
"또다른 불미스러운 사건 예고"
대신 시신 확보땐 '인도' 못박아
"사건 경위·사실관계 차이점 있어
열린 자세로 진상규명" 요청
北, NLL보다 南으로 자체 설정한
서해 해상군사분계선 언급하며
"또다른 불미스러운 사건 예고"
대신 시신 확보땐 '인도' 못박아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우리 공무원이 북한군에 피살된 사건과 관련해 북측에 공동조사를 공식 요청했다. 확실한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공동조사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북측이 우리 정부의 수색작업에 대해 '군사분계선 무단침범'을 주장하며 중단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나온 제안이란 점에서 문 대통령의 '정치적 승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대통령 주재 긴급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서주석 국가안보실 1차장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오후 3시부터 1시간30분간 열린 이날 회의에는 서욱 국방부 장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서훈 국가안보실장, 서 차장이 참석했다.
서 차장은 회의 결과에 대해 "남과 북이 각각 파악한 사건 경위와 사실관계에 차이점이 있으므로 조속한 진상규명을 위한 공동조사를 요청한다"며 "남과 북이 각각 발표한 조사 결과에 구애되지 않고 열린 자세로 사실관계를 함께 밝혀내기를 바란다"고 했다. 공동조사를 위한 소통과 협의, 정보교환을 위해 군사통신선 복구와 재가동도 요청했다.
청와대는 전날까지만 해도 공동조사에 '필요시'라는 조건을 달았다. 이에 하루 만에 전격적으로 요청한 것을 두고 남북간 물밑접촉 및 공감대 형성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더욱이 북한은 이날 '남조선당국에 경고한다'라는 제목의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우리 측의 해상 수색작업에 대해 "남측의 행동은 우리의 응당한 경각심을 유발시키고 또 다른 불미스러운 사건을 예고케 하고 있다"며 "남측이 새로운 긴장을 유발할 수 있는 서해 해상군사분계선 무단침범 행위를 즉시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불과 이틀 전에 이번 사건에 대해 "대단히 미안하다"고 사과했다는 점에서 북측이 '돌변'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공동조사 요청을 결정한 데는 북측이 지난 25일 보내온 통지문이 크게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남북 간 연락채널이 사실상 차단된 상황에서 북측이 이례적이고 신속하게 △경위 설명 △김 위원장 명의의 사과 표명 △재발방지 약속 등이 담긴 통지문을 보내온 것이 문 대통령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이날 회의에서도 북측의 신속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북한이 시신 확보에 협조의사를 분명히 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북측은 이날 '영해침범'을 주장하면서도 한편으론 "우리는 서남해상과 서부해안 전 지역에서 수색을 조직하고 조류를 타고 들어올 수 있는 시신을 습득하는 경우 관례대로 남측에 넘겨줄 절차와 방법까지도 생각해두고 있다"고 했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남북 관계가 중대 분수령을 맞은 가운데 정부 고위급 외교인사들의 잇단 미국 방문이 이달 들어 부쩍 잦아지며 주목을 끌고 있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미국을 방문, 카운터파트인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을 비롯해 국무부, 국방부, 에너지부, 상무부 등 정부 관계자들과 싱크탱크 인사 등을 면담하고 한·미 간 주요 현안 및 역내 정세 등에 대해 협의했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 워싱턴으로 출발했다. 이 본부장은 미국 대선 직전 북·미 접촉이나 소규모 합의 등 이른바 '옥토버(10월) 서프라이즈' 가능성에 대해 "모든 가능성에 대비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fnkhy@fnnews.com 김호연 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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