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집값이 급등하던 7월에 비해 전체적인 신고가 매물은 많이 줄었지만 전체 집값에 영향이 적은 5억~6억원의 중저가 매물에서 신고가가 종종 발생하며 나타나는 '착시효과'라고 지적했다. 다만 시중 자금이 풍부한데다 거래 물량은 적다보니 추석 이후에도 부동산 시장이 당분간 오름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신고가 속출에도 보합세 이유는
4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규제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난 지난 달부터 서울 아파트 시장은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 실제로, 한국감정원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 결과를 보면 9월 4주 서울 아파트값은 6주 연속 보합권인 0.01%의 상승폭을 유지했다. 7·10 대책 이후 상승폭이 떨어지던 서울 아파트 주간 매매가는 8월 중순부터 0.01%에서 요지부동이다.
정작 시장에서는 이런 집값 흐름을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다. 신고가를 기록한 아파트는 속출하지만 가격이 떨어진 매물은 쉽게 찾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서울 중랑구 김모씨(37)는 "아이가 태어나면서 더 넓은 곳으로 이사 가기 위해 주변 단지를 살펴보니 신고가 거래가 부쩍 늘었다"라며 "정부에서는 보합세에 들어섰다고 하는데 최근 2주 사이에도 매매가격이 1억원 가까이 올랐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감정원 관계자는 "신고가가 발생하는 지역에서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단지들도 많다"며 "일부 신고가 가격만 가지고 전체 시장을 판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저가 단지들에서 주로 신고가가 속출하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실제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 변동률 통계표에 따르면 고가 아파트가 많은 서초, 송파의 경우 매매가격 변동률은 0%인데 반해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관악, 노원은 0.03%의 주간 변동률을 보였다. 중저가 아파트들의 신고가가 잇따르지만 기존 가격과의 차이는 크지 않다는 것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부의 규제 대책이 잇따르며 3040세대의 패닉바잉(공포 매수)이 진정되고, 한강변과 강남 등의 신고가는 다소 누그러들었다"라며 "강서, 은평, 노원 등 5억~6억원의 중저가 매물들의 거래가 활발하며 신고가가 속출해 마치 서울 집값이 급등하는 것 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직방에 따르면 9월 서울 아파트 신고가 거래건수는 집값이 급등했던 7월에 비해 5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신고가 거래가 계속 발생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정부 규제로 집값이 떨어질 거란 기대감이 있어 직전 거래보다 가격이 낮게 거래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추석 뒤 반등 전망 우세
전문가들은 서울 집값은 추석 이후 다시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유동성은 여전히 풍부하지만 공급 물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두 선임연구위원은 "가을 이사철이지만 양도세와 종부세의 강도높은 규제가 예고되며 연말까지 눈치보기와 힘겨루기가 지속될 전망"이라면서도 "시장엔 아직 유동성이 풍부해 또다른 공급방안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가격이 다시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매물도 없고 수요자도 없는 상황에서 매도자와 매수자 간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는 국면"이라며 "매물량이 크게 늘지 않으면 집값 상승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추석 이후 가격이 떨어질 거란 전망도 있다. 상반기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며 너무 급격하게 가격이 오른 것에 대한 반작용 때문이란 분석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이 너무 많이 오른 것과 코로나19, 정부 정책에 대한 부담감때문에 보합 또는 다소 하향이 예상된다"라며 "내년 연초까지 1~3%가량 하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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