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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대기업 대출·예금 동시 증가… 은행들, 이자 받고 저리 자금 조달 ‘일석이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0.11 17:55

수정 2020.10.11 18:23

‘유동성 확보 비상’ 반짝 대출 증가
실적 개선 되고 고정자산 정리하며
현금성 예금은 하반기에도 늘어나
상반기 대기업 대출·예금 동시 증가… 은행들, 이자 받고 저리 자금 조달 ‘일석이조’
올초부터 확산된 코로나19로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린 대기업들이 급한 불을 끈 것으로 분석됐다.

올 상반기에는 은행 대출까지 받아 최대한 유동성 확보에 나섰지만 하반기에는 대출을 줄이고 있다. 다만 현금성 예금은 더 확대되고 있다. 기업들의 실적이 서서히 개선되고 있고 부동산 등 고정자산을 정리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4대 은행(신한, 하나, 우리, 농협)의 9월말 기준 대기업 대출은 62조 3800억원이다.
지난해 12월 54조 3000억원이었던 4대 시중은행의 대기업 대출은 올해들어 지속적으로 증가해 올해 5월 66조 1500억원으로 늘어났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가 국내서 본격화된 2월부터 대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대출을 일으켰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7월 63조 8000억원으로 하락하면서 대기업의 대출은 서서히 줄어들고 있다.

반면 현금성 예금은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대출을 받으면서 현금성 예금도 올초부터 대폭 늘렸다. 지난해 12월 4대 은행의 대기업 현금성 예금은 171조3000억원(일부 은행은 금융권 예금 제외)에서 올해 9월 193조 8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 같은 흐름은 올해들어 지속적인 현상이고 하반기 들어 더욱 두드러지는 특징이다. 익명을 요구한 일부 은행의 경우 지난해 12월 대기업 대출이 27조 6000억원이었는데 올해 9월은 41조 4억원으로 증가했으면 최근 두 달사이 10조원이 늘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초부터 대기업들이 대출을 받아 이 자금을 그대로 현금성 예금에 넣었다"며 "대출 이자도 받고 저리 자금 조달도 되는 일석이조로 일부 주요 은행들의 대기업 부문 실적은 연간 목표치를 3·4분기에 이미 달성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하반기 들어 대기업들이 실적이 조금씩 개선되고 일부 기업은 고정자산 정리를 통해 유동성 확보에 나서면서 대출은 줄고 있지만 현금성 예금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제 일부 주요 기업들의 현금성 자산은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말 대비 6월 말 기준 삼성전자는 반년 새 9조 2236억원이 늘었다. LG화학 1조 4747억원, SK이노베이션 1조 9358억원이 증가해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또 철강업계도 포스코가 2조 5256억원이 늘었으며 현대제철은 6498억원 증가했다.

국내 주요 기업의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3·4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12조 3000억원으로 2년 전 반도체 수퍼호황기 이후 최대 실적을 올렸다. 시장의 전망보다 20%가량 높은 수치다. LG전자 3·4분기 영업이익이 959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2.7% 상승했다. 현대차그룹 역시 올해 6~8월 기준 미국 시장 내 현대기아차 점유율이 8.9%까지 상승했다. 미국시장에서 한국차 전성시대라고 불렸던 2011년과 같은 수준이다. 코로나19 직전이던 지난해 12월∼올해 2월 미국 시장 점유율(7.7%)보다 1.2%포인트 증가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의 실적 추정치가 있는 234개 상장사의 올해 3·4분기 영업이익을 38조 349억원으로 전망했다.
지난 분기보다 36.1%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3·4분기와 비교해도 19% 늘어난 수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지속되는 한 대기업의 현금성 예금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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