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기재부, 예타에서 손떼라" 정부 "객관성 훼손… 절대 불가"

당정 '예타 조사 주체' 놓고 충돌
김두관, 국가재정법 개정안 발의

사진=뉴시스

재정준칙을 두고 충돌했던 여당과 정부가 이번에는 예비타당성조사 주체를 두고 또다시 격돌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해임안을 거론한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이 지난 9월 예타 주체를 현 기획재정부장관에서 각 중앙관서의 장이 담당토록 하는 국가재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두관 의원을 비롯한 여당 의원들은 다양한 분야의 국가사업에 대해 기재부 장관이 일률적으로 예타를 실시하면서 사업 진행 여부가 지나치게 비용·편익 분석 같은 경제적 효율성 측면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기재부가 예타를 총괄하는 건 '중립성'을 지키기 위함이라고 맞서고 있다.

18일 기획재정부와 더불어민주당 등에 따르면 김두관 의원은 지난 9월 7일 '국가재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공동발의 11인)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예타 주체를 기재부 장관에서 각 중앙관서의 장이 담당토록 하는 것이다. 특히 국무회의를 거쳐 확정된 지역 사업의 경우 국가 균형균형발전위원회 예타를 맡도록 하는 것이다.

조사 주체는 기재부 장관이다. 원래 기재부 장관의 요청에 의해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관리센터(PIMAC)에서 총괄·수행했지만, 지난해 20년 만에 처음으로 손을 봐 KDI의 예타 독점을 해소하고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등도 추가 지정했다. 평가 항목은 경제성(35~50%), 정책성(25~40%), 지역균형발전(25~35%) 등이다.

정치권에서 예타 종합평가 시 경제성(BC) 수치 비중이 여전히 크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김두관 의원실에 따르면 경제성(BC)이 0.9 이하로 평가된 사업 중 최종 통과된 사업은 춘천~속초 철도(0.79), 신분당선 광교~호매실 사업(0.83), 광양항 낙포부두 리뉴얼 사업(0.85), 광주 송정~순천 단선전철(0.88) 네 곳뿐이다.

반대로 경제성(BC)을 0.9 이상을 받고서 타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사업은 없었다. 국가재정법을 개정해 아예 예타의 주체를 기재부 장관에서 각 중앙관서의 장으로 변경하자는 주장이 나온 것도 그래서다.

김두관 의원실 관계자는 "이 경우 KDI가 20년간 독점해 온 예타가 각 부처 산하 연구기관으로 넓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김두관 의원 발의안은 받아들일 수 없는 법안이라고 맞서고 있다.

국·실장급 기재부 관계자들은 "기재부가 예타 진행하는 것은 재정이 소요되는 사업에 제3자로서의 객관성을 지키고 해당 사업의 필요성을 검증하기 위함"이라며 "이해관계가 얽힌 이들이 직접 예타를 한다면 제도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e-mail] 김용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