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업소·전문가에게 들어보니
0.01% 하락 18주만에 약보합세
재건축 은마 2억 낮춘 매물 등장
신축은 호가 여전히 신고가 상회
유동성 넘쳐 언제든 상승장 전환
0.01% 하락 18주만에 약보합세
재건축 은마 2억 낮춘 매물 등장
신축은 호가 여전히 신고가 상회
유동성 넘쳐 언제든 상승장 전환
서울 강남의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이 18주 만에 하락세를 보였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거래 없는 일부 급매가 만든 착시"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18주 만에 하락 "의미 없어"
21일 서울 강남구 일대 공인중개업소를 둘러본 결과 일부 급매와 기존 신고가보다 높은 호가 매물들이 혼재된 상황이었다. 한국감정원 기준 이달 둘째 주 강남구 아파트 주간 가격이 전주보다 0.01%가 하락해 18주 만에 약보합을 보였지만 시장 상황은 달랐다.
실제로 대표 재건축 단지인 대치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7㎡는 20억5000만원 수준의 '특급매물'도 등장했다. 비슷한 매물이 지난 8월 22억2000만원에 거래되며 기록한 신고가와 비교해 2억원 가까이 내린 가격이다.
그러나 급매로 가격이 하락한 것은 맞지만 여전히 정상 매물들은 신고가보다 높은 수준의 시세를 유지하고 있다.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84㎡의 경우 현재 24억~24억9000만원의 호가에 매물이 나와 있는데, 이는 지난 8월에 거래된 신고가 23억8000만원보다 최소 2000만원 이상 높은 금액이다.
인근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거래가 안되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이 일부 오르고 내리는 것이 별로 의미가 없다"며 "내림세면 물건이 많이 나와야 하는데, 급매물도 그렇게 많이 나오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21일까지 신고된 강남구의 총 매매거래는 27건에 불과하다. 한 달간의 전체 집계가 아니지만 지난달 152건의 5분의 1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지난해 10월 거래량 700건과 비교하면 3%에 불과하다.
즉시입주 가능한 신축 여전히 강세
재건축 단지 일부 하락을 제외하고는 강남의 하락세를 입증할 만한 다른 근거도 없다는 게 현장의 분위기다.
강남의 귀한 몸인 신축 단지에선 급매물이 쉽게 나오지도 않을뿐더러, 급매물이 나와도 '전세 낀' 매물이 대부분이다.
지난 6월 31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던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팰리스 전용 85㎡의 호가는 지금도 신고가 수준을 상회하고 있다. 급매물은 아예 찾아보기 힘들다.
신축단지인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전용면적 85㎡의 경우도 지난 6월에 27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한 이후 7월엔 26억5000만원에 거래돼 소폭 하락했다. 하지만 이들 모두 '전세 낀' 매물이었다.
임대차2법 시행으로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집을 사도 입주가 힘든 상황이 오자 '즉시 입주'가 가능한 물건은 오히려 가격이 올랐다. 개포 래미안블레스티지의 전용 85㎡ 입주 가능 매물은 호가가 최근 들어 28억원대까지 높아진 상태다.
개포동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강남은 자녀 교육 때문에 오는 실수요층이 많아서 입주 가능한 매물 가격은 쉽게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며 "매수자들은 급매를 찾지만 급매로 나온 물건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하락세라고 보기에는 시기상조라는 반응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10월 들어서 실거래 가격이 9월보다 조금 떨어진 경향이 있긴 하지만 매물량이 많거나 조정폭이 크다고 할 수는 없어서 강보합세라고 평가한다"며 "집값 하락세라고 보려면 매물량이나 조정 거래가격이 더 뚜렷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강남 집값이 하락세라로 판단하려면 유지 기간을 중요하게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 4월에도 아파트값이 한때 마이너스로 떨어졌지만 하락기간은 1개월에 그쳤기 때문이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위원은 "하향 쪽에 무게를 둘 순 있더라도, 유동성이 풍부하고 투자처도 마땅찮은 상황이라 하향 조정되면 매수자들이 붙으면서 언제든 상승장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말했다.
kimhw@fnnews.com 김현우 기자 , 조윤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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