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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처 1기관' 원칙 세운지 2년6개월 지났지만 눈치싸움만 [통합·이전, 술렁이는 공기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0.25 17:29

수정 2020.10.25 18:29

上 R&D 전문기관 통합 지연
상반기 통합 완료하기로 했지만
관련법 개정 늦어지며 자동폐기
차관급 조직이 과학기술 총괄
위상 걸맞은 컨트롤타워 필요
'1부처 1기관' 원칙 세운지 2년6개월 지났지만 눈치싸움만 [통합·이전, 술렁이는 공기관]
공공기관들이 통합과 지방 이전 이슈로 술렁이고 있다. 업무의 효율성과 구조조정 차원에서 진행되는 통합 청사진이 일부 기관들의 반발과 제도적 미비점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국토균형발전 차원에서 검토 중인 2차 공기관 지방이전 이슈도 정치권의 유권자 눈치보기 탓에 일정이 지연되거나 이전투구식 유치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본지는 공기관 통합과 이전 정책의 진행과정과 문제점 및 대안을 짚어보는 '통합·이전, 술렁이는 공기관'시리즈를 3회에 걸쳐 심층 보도한다.

정부가 부처별로 산재한 연구관리 전문기관을 올 상반기까지 '1부처 1전문기관 원칙'에 따라 통폐합을 완료하기로 했으나 지지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8년 8월 관계장관회의에서 연구관리 전문기관이 복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연구관리 전문기관을 1개로 통합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관련법 개정이 늦어진 데다 통폐합 기관들 간 눈치싸움으로 미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복수 기관에 따라 서로 다른 규정 등으로 비효율이 발생하고 연구개발(R&D)도 늦춰지고 있다"며 "연구관리 전문기관 통합과 함께 중장기 과학기술 R&D 청사진을 마련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1부처 1전문기관' 시간표 넘겼다


25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올 상반기까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을 통합전담기관으로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KETEP)을 흡수 통합할 예정이었다.

2018년 8월 관계부처 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결정하고 과기부가 '연구관리 전문기관 효율화 방안'을 발표하면서다. 당시 12개 부처·청에 19개 전문기관이 있었는데 이를 '1부처 1전문기관'으로 일원화하는 것이 골자였다.

과기정통부는 연구재단,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3곳을 '연구재단'으로 일원화하고 산업부는 산업기술평가관리원, 에너지기술평가원, 산업기술진흥원을 산업기술평가관리원으로 일원화하는 것이 골자였다.

과학계 한 관계자는 "연구자 입장에서 연구관리 평가기관이 여럿이 되면 수주하는 기관에 따라 서로 다른 기준에 맞춰야 해 비효율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두 기관 통합을 위한 에너지법 일부개정안이 지난 20대 국회에 계류하다 21대 국회로 오면서 자동폐기됐다. 또 흡수하는 산기평과 흡수되는 에기평 사이에도 미묘한 입장 차이가 있는 상황이다.

지난 13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감에서 정양호 산기평 원장은 "에너지, 산업을 융합해 큰 그림을 그리는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며 완전한 통합에 힘을 실었다. 반면 임춘택 에기평 원장은 "통합되더라도 독립적 운영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반대입장으로 대립각을 세웠다. 산기평은 산업과 에너지 분야의 온전한 통합을, 에기평은 에너지 분야에 독립된 연구영역 보존을 각각 주장한 셈이다.

과학기술 R&D 통합 컨트롤타워 필요


국회예산정책처도 최근 발간한 국가R&D 사업의 과제기획·선정평가체계 분석 보고서에서 R&D 기관 통폐합이 지연되는 점을 심각하게 지적하면서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정처는 관련 정책 수립 후 2년6개월가량 지났으나 가시적 진전이 없다면서 "연구관리 전문기관 기능조정 계획을 조속히 마무리해 산업기술 연구개발 효율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은 약 10년 단위로 범정부 차원의 국가기술 로드맵을 수립하는 가운데 예산 배정에 비해 혁신적인 기술발전이 더디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특히 부처별로 파편화돼 흩어져 연구과제의 일관성이 떨어지고, 한 부처 내에서도 산기평과 에기평의 사례처럼 복수의 관리기관이 존재해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형 뉴딜사업도 친환경 재생에너지,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첨단 융복합 산업이지만 부처 칸막이는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통합 이슈는 컨트롤타워 조정 이슈와도 맞닿아 있다. 현재 우리나라 과학기술 관련 최고의사결정기구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다.
대통령이 상징적인 위원장으로 사실상 위원장 역할은 과기정통부 산하 '과학기술혁신본부'가 하고 있다.

과학계 한 관계자는 "과거 과학기술 최고의사결정기구의 경우 장관급 별도기구를 두거나 부총리급으로 두는 등 중앙에서 조율이 가능했다"며 "현재는 사실상 과기부의 차관급 조직이 전체를 총괄하고 있어 컨트롤타워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한 부처 내에서도 복수 기관이 생긴 것은 과거 부서의 조직확장과 자리만들기가 기인한 부분도 있다"며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과학기술 통합 컨트롤타워 이슈가 불거졌다 사그러지는 일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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