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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대북정책은 트럼프, 방위비는 바이든이 유리… 복잡한 셈법 [2020 미국의 선택]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11.03 17:36

수정 2020.11.03 19:25

동북아 국가들 美대선에 촉각
中, 누가 돼도 달라질것 없다지만
트럼프 재선땐 갈등 격화될듯
日, 바이든 정권 출범에도 대비
차기 지도자와 취임식 전날 회담
韓 대북정책은 트럼프, 방위비는 바이든이 유리… 복잡한 셈법 [2020 미국의 선택]
【파이낸셜뉴스 베이징·도쿄·서울=정지우 조은효 특파원 김주영 기자】 한국, 중국, 일본, 북한 등 동북아시아 주요국들이 미국 대선의 첫 출구조사 결과를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다. 2020년 미국 대선의 향배에 따라 동북아 국가들의 정세에 큰 변화가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4일(현지시간) 미국 대선의 첫 출구조사 발표를 시작으로 당선인 윤곽이 나올 때까지 안심할 수 없는 박빙의 승부가 이번 선거에서 벌어진다.

두 후보는 동북아 각국에 대한 정책비전이 사뭇 다르다는 점이 큰 부담이다.

북한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 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직접 상대하는 '톱다운' 방식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조 바이든 후보는 당선되면 우선 실무협상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한 뒤 북·미 정상회담으로 단계를 밟아가는 '보텀업' 방식으로 바뀔 전망이다.

바이든 후보는 지난달 23일 마지막 TV토론에서 김 위원장을 '불량배'로 표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정당화해줬다고 비난, 향후 북·미 관계에 험로를 예고했다.

미 대선 따라 한반도 정세 요동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왼쪽) 부통령이 2일(현지시간) 이번 대선의 마지막 유세를 펼치기 위해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의 제럴드 R 포드 국제공항에 마련된 연단에 올라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왼쪽) 부통령이 2일(현지시간) 이번 대선의 마지막 유세를 펼치기 위해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의 제럴드 R 포드 국제공항에 마련된 연단에 올라 있다. AP뉴시스

대북정책의 원론적 기조만 놓고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후보보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실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다른 변수들도 고려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면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지속돼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가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이 주한미군 감축 카드로 압박을 가하면 한·미 관계의 불안정성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 동맹과의 공조, 협력을 중시하는 민주당의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 방위비 분담금 인상 및 주한미군 감축 압박은 상대적으로 수위가 낮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미국 대선 직후 워싱턴을 방문, 상황 관리에 나설 예정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한·미 외교장관회담을 추진 중이지만 바이든 후보가 우세하다면 강 장관은 바이든 캠프 쪽 인사들과 접촉을 시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한·미 관계도 요동칠 것으로 관측되면서 손익 결과를 따지는 국내 정치권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한·미 관계 재정립을 위한 정부의 선제적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송영길 민주당 의원은 이날 미국 대선을 하루 앞두고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당정협의에서 "미 대선 이후 새롭게 변화되는 한·미 관계에 있어 외교부의 적극적인 역할과 통일부의 적극적인 모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문했다. 국민의힘은 미국 대선 이후 정부·여당이 본격적으로 추진할 '선종전선언·후비핵화' 조치를 적극 견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숨죽인 중국과 발빠른 일본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2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 하인즈필드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AP뉴시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2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 하인즈필드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AP뉴시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 등 어느 쪽이 당선되든지 자국과 관계에선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승리가 돌아갈 경우 미·중 갈등이 고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바이든 후보는 당장 중국에 대한 공격은 트럼프 대통령에 비해 거세지 않다.

그러나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외면한 다자주의와 동맹네트워크 강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국으로선 부담이다. 중국은 미국의 혼란을 틈타 다자주의와 동맹을 강조해왔다. 이렇게 되면 중국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 있다.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신장웨이우얼과 티베트 인권 문제도 바이든 후보의 민주당은 주의 깊게 바라보고 있다.

그간 미국 트럼프 정권에 발맞춰 대중 포위망 형성에 적극 나섰던 일본은 민주당 바이든 정권 출범에 대비해 최근 방향전환을 위한 '깜빡이'를 켰다. 누가 정권을 잡느냐에 따라 미·중 사이에서 일본의 외교 스탠스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바이든 정권이 들어서면 중·일 관계에 좀 더 섬세한 줄타기 작업이 필요하다. 물론 트럼프 정권이 지속된다면 미·중 갈등구조하에서 '편가르기'가 극명해진다.

지난 달 26일 일본 국회에서 취임 후 첫 소신표명 연설을 하고 있는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로이터 뉴스1
지난 달 26일 일본 국회에서 취임 후 첫 소신표명 연설을 하고 있는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로이터 뉴스1

기류 변화는 이미 지난 달 26일 나타났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당시 취임 후 첫 국회 연설(소신 표명 연설)에서 미·일 주도의 인도·태평양 구상을 언급하면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의 실현을 목표로 한다"고만 했다.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상'이란 표현을 쏙 뺀 것이다. "구상의 타깃이 중국 아니냐"며 반발해 온 중국의 입장을 감안한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 달 중순 스가 총리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방문해서도 '구상'이란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 또 중국이 경계하고 있는 "인도·태평양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도 만들 생각이 전혀 없다"고 손사레를 쳤다.

갑작스러운 수위 조절이었다. 일본 외교가 미국의 정권 교체에 대비해 미·중 균형 외교, 내지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중국과의 안정적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205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거의 제로로 하겠다"는 등의 스가 총리의 국회 연설 직후, 중국 정부가 "환영한다"는 등 긍정적 입장을 내놓은 것도 최근 중·일 관계 기류 변화를 상징한다. 물론, 일본의 갑작스런 '화해 손짓'이 지속될지는 4일 판가름 날 미국 대선 결과에 달려있다. 어디까지나 미국의 대중정책 기조가 대전제이기 때문이다.


스가 총리는 누가 당선되든 내년 1월 미국 대통령 취임식(그달 20일) 전에 미국으로 날아가 당선자 신분인 미국의 차기 지도자와 비공식 회담을 할 계획이다.

전임 아베 신조 총리가 4년 전 미국 대선 직후인 2016년 11월 미국의 주요 우방 가운데 가장 먼저 당선자 신분인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것처럼 이번에도 당선자와의 회담 성사로 미·일 관계를 대내외에 과시하겠다는 것이다.
거기서부터 일본의 대중·대북 정책, 나아가 인도·태평양 구상의 향배가 정해진다.

jjw@fnnews.com 정지우 조은효 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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