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발생한 이른바 '창녕 아동학대사건'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인 친모 A씨(28)의 조현병 병력이 드러난 점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사생활 정보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경찰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민감정보를 공개할 시 심의 등 관련 절차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개인의 정신병력이 동의 없이 언론에 유출되는 행위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며 경찰청장에게 개선을 권고했다고 11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진정인들은 '창녕 아동학대사건' 관련 경찰 언론 브리핑 당시 친모 A씨(28)의 조현병 정보를 본인 동의 없이 공개했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그러나 피해자가 아닌 사람이 한 진정으로, 피해자의 신원이나 권리구제 의사가 파악되지 않아 해당 진정은 각하됐다.
다만 인권위는 개인 민감정보 임의 공개에 대한 재발방지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의견을 표명하기로 했다고 결정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건강에 관한 정보는 사생활의 영역에 속하는 민감정보"라며 "정신질환자를 대하는 우리 사회의 인식 수준을 감안하면 이는 타인에게 공개하고 싶지 않은 정보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본인 동의 없이 사건관계자의 정신질환 정보를 언론에 유출하는 행위는 개인의 사생활 침해 및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찰의 수사사건 공보 규칙 등에는 '개인의 신상·사생활에 대한 내용'은 공개가 제한돼 있다"며 "이미 검거가 완료된 피의자의 정신질환 정보를 언론에 유출하는 행위는 관련 규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2016년 대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비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율(1.4%)은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율(0.1%)보다 15배 가량 높다. 강력범죄도 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난해 국립정신건강센터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위험한 편"이라고 느끼는 응답자 비중이 64.5%에 달했다.
인권위는 "우리 사회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정신질환자 집단 전체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과 편견은 개인의 사회적 고립을 강화하고, 가족에게는 사회적 낙인으로 인한 고통의 무게를 준다"고 지적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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