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월 입양아 가해부모 살인죄 적용? 檢 재감정 의뢰

전문 부검의 3명에게 재감정 의뢰
檢 "여론과는 무관한 조치" 입장
살인죄 적용 요구 1인시위 물결

[파이낸셜뉴스] 입양된 지 9개월만에 장기가 끊겨 사망한 고 정인양(입양 후 안율하·사망 당시 16개월) 사건 가해 양모에게 살인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열렸다. 검찰이 부검의에게 재감정을 의뢰해 다시 들여다보기로 한 것이다.

검찰엔 현재 적용된 학대치사죄 대법원 양형기준이 살인죄에 비해 크게 낮다는 점에서 엄벌에 처해달라는 시민 항의가 잇따르는 상황이다.

23일 서울남부지검 앞에 시민들이 보낸 근조화환이 늘어서 있는 모습. 시민들은 16개월 입양아 정인양을 숨지게 한 양모에게 살인죄를 적용해달라며 집단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온라인 갈무리.

■재감정 의뢰, 검찰, 시민 여론에 응답할까
23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이정우 부장검사)는 최근 전문 부검의 3명에게 숨진 정인양 사건 재감정을 의뢰했다. 이들은 당시 정인양 진료 사진 등을 토대로 단순 학대를 넘어서 살인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는 충격이 있었는지도 다시 검토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검찰은 양모 장모씨를 살인죄로 기소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여론과는 무관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8일 장씨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학대를 방치한 남편 안모씨는 아동학대, 아동유기 및 방임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검찰 처분 직후 여론은 들끓었다. 입양 이후 지속적인 방치와 학대로 몸무게가 크게 줄고 수차례 상해를 입어 생후 16개월째 아이가 사망한 사건에서 살인죄를 적용하지 않은 처분이 지나치게 안이하다는 것이다.

특히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부검 결과 정인양이 서로 다른 시기 총 7개 뼈가 골절됐고 췌장이 끊어져 사망에 이르렀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비판이 거세졌다. 사망 당시 8.5kg밖에 되지 않았던 아이가 이와 같은 폭력에 노출됐다면 미필적 고의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번 재감정에서 장씨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있는 타격 흔적이 나온다면 혐의가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

아들인 고 권대희씨가 사망한 뒤 검찰의 부당한 처분에 항의해온 이나금씨가 정인양 사건 가해자에게 살인죄를 적용해달라는 1인시위에 나선 모습. 이나금씨 제공.

■살인죄 적용 따라 형량 크게 엇갈려
살인죄 적용 여부에 따라 양부모 형량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장씨가 기소된 학대치사죄는 법정형이 5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으로 살인죄 형량인 7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과 큰 차이가 없지만 실제 처벌은 크게 다르다. 대법원이 권고하는 양형기준에서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아동학대처벌법상 아동학대치사죄 양형기준으로 징역 4~7년형을 권고하고 있다. 죄질이 좋지 않아 형을 가중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면 10년까지 늘어난다. 가중요소가 감경요소보다 2개 이상 많으면 특별조정으로 최대 징역 15년까지 권고한다.

실제 재판에서 아동학대로 아동을 사망에 이르게 한 범인이 15년 이상의 형을 받는 경우를 찾기 어려운 이유다.

반면 살인죄는 일반적인 동기라도 징역 10~16년형이 선고된다. 가중요소가 있다면 18년 이상부터 무기징역까지 내리도록 권고한다.

양부모에게 살인죄를 적용해달라고 청원했다는 주아연씨(37·여)는 "생후 16개월이면 아직 방어도 못하고 표현도 못하는 아이"라며 "이 아이를 장기가 끊어질 때까지 때려 죽게 했는데 한 번에 때려 죽인 사람보다 처벌이 낮다면 그게 법이 있는 나라인가"하고 비판했다.

[e-mail] 김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