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없는 입양아 정인양 지키는 시민들
서울남부지검 최근 부검의 재감정 의뢰
"여론과는 상관 없는 절차" 입장 확인
[파이낸셜뉴스] “강한 힘으로 아이가 죽든지 말든지 상관없이 밟지 않는 이상 췌장이 끊어질 리 없다. 명백한 살인죄다”
서울남부지검 최근 부검의 재감정 의뢰
"여론과는 상관 없는 절차" 입장 확인
성탄절인 25일까지 코로나19 위협을 무릅쓰고 전국에서 상경한 시민들이 서울남부지검 앞에서 릴레이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14일부터 벌써 11일째다.
입양된 지 9개월 만에 숨진 고 정인양(입양 후 안율하·사망 당시 16개월) 양부모에게 살인죄를 적용해달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본지 12월 19일. ‘5살 의붓아들 살해 '징역25년' 판결··· 16개월 입양아는? [김기자의 토요일]’ 참조>
■전국 시민들이 남부지검에 전한 메시지
22일 서울 남부지검 앞에서 1인시위를 한 시민은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관계자였다. 아동학대를 막으려는 뜻을 가진 전국 시민들이 모인 협회는 자발적 시민 참여를 받아 지난 14일부터 최근까지 릴레이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배문상씨(49)는 “사건을 지켜보니 3번의 신고를 무시한 경찰의 실수도 있었고 검찰로 넘어갈 때 살인죄로 넘어가길 바라는 마음에 (시위를 하고 있다)”며 “어머니들이 자발적으로 (화환을) 보내주셔서 어디서 오는 지도 모를 정도”라고 설명했다.
협회는 사건이 화제가 된 뒤부터 지속적으로 살인죄 적용을 요구해왔다. 시민 서명을 받아 경찰과 검찰에 항의서한까지 넣었다.
하지만 기소권을 가진 서울남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이정우 부장검사)는 지난 8일 양어머니 장모씨를 학대치사죄로, 양아버지 안모씨를 아동유기 및 방임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살인혐의 적용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남부지검이 최근 부검의 3명에게 재감정을 의뢰한 사실이 전해졌으나 검찰은 여론과는 상관없는 조치라고 밝혔다.
협회는 이 같은 검찰 결정에 격렬히 반대한다. 공혜정 협회 대표는 “죽든지 말든지 상관없다는 생각으로 폭력을 쓰지 않았다면 췌장이 끊어질 리가 없다”며 “소아청소년과 의사들도 온몸의 힘을 끌어 모아서 밟지 않으면 췌장이 절단이 될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인양을 죽이기 위해 학대를 하지 않았더라도 죽을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알 정도면 살인죄가 적용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른바 미필적 고의다.
■살인죄 미필적 고의 인정 사례 주목
법원은 △세월호 선장 이준석씨 사건을 비롯해 △조카를 물에 거듭 빠뜨리고 방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 △9살 의붓아들을 7시간 이상 여행가방에 가두고 가방 위에 올라가 짓누르기까지 한 사건 △5살 의붓아들 손발을 묶고 목검으로 때려 숨지게 한 사건 등에서 미필적고의를 인정했다.
대법원은 세월호 사건 판결에서 “법익침해의 결과발생을 방지할 법적 작위의무를 가지고 있는 자가 그 의무를 이행함으로써 그 결과발생을 쉽게 방지할 수 있었음을 예견하고도 결과발생을 용인하고 이를 방관한 채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다는 인식을 하면 족하다”며 “이러한 예견 또는 인식 등은 불확정적인 경우이더라도 미필적 고의로 인정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양부모가 학대로 정인양이 숨질 수 있었던 상황에서 생명을 구하고 보호하기 위한 의무를 적극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 사망 당시 불과 16개월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 7군데 골절상과 췌장이 끊기는 등 중상으로 사망했다는 점에서 살인죄를 다툴 여지가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공 대표는 숨진 정인양에게 유족이 없다는 사실을 거듭 강조했다. 공 대표는 “이 아이는 유족이 없어서 전국에 있는 엄마 아빠들이 유족이 될 생각”이라며 “죽을 때까지 아이를 때렸으면 살인자고, 살인자는 살인죄로 벌해야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뉴스를 통해 소식을 접하고 사흘 째 1인 시위에 동참하고 있는 이나금 닥터벤데타 공동대표 역시 "젊은 엄마들이 친딸 대하듯 나서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며 "16개월 밖에 안 돼서 말도 못하는 아이가 잔혹하게 죽었는데 나라에서 제대로 처벌조차 않는다면 법과 정의가 있다고 할 수 있겠나"하고 지적했다.
닥터벤데타는 공장식 유령수술로 아들 권대희군을 잃은 이씨 등이 모여 의료범죄 근절을 목표로 활동하는 시민단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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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 최서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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