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함께 거주했던 장인·장모에게도 국가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86단독 김상근 판사는 A씨와 B씨가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회사 업무로 제주 출장을 다녀오기 위해 2014년 4월15일 오후 9시께 인천 연안부두에서 세월호에 승선했던 이모씨는 다음날 오전 8시48분께 발생한 세월호 참사로 결국 목숨을 잃었다.
당시 목포해경 123정 김모 전 정장은 세월호 승객 구호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로 징역 3년이 확정됐다. 법원은 직무상 주의의무 위반 범위를 폭넓게 인정해 이씨를 포함한 303명에 대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봤다.
이를 근거로 이씨의 부인과 자녀는 다른 세월호 희생자 유족들과 함께 정부와 청해진해운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총 3억원의 배상 판결을 받았고, 현재는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또 이씨의 친부모와 동생 2명은 정신적 고통을 이유로 정부에 위자료 청구 소송을 냈고, 1심은 정부가 총 6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씨의 친부모가 항소했지만 기각되며 판결은 확정됐다.
이씨의 장인 A씨와 장모 B씨도 2018년 10월 이 사건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이씨의 사망 당시 A씨와 B씨는 이씨 부부와 세대합가했고, 부부가 A씨와 B씨를 부양하며 함께 거주했었다.
하지만 세월호피해지원법은 피해자의 범위를 희생자의 배우자·직계존비속·형제자매로 규정한다. 이에 친족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A씨와 B씨는 이씨의 사망으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받았음을 입증해야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재판부는 A씨와 B씨가 이씨의 사망으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는 것이 입증됐다며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씨와 부인은 A씨와 B씨의 나이 등을 고려해 봉양하기 위해 함께 거주해 온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장인·장모인 원고들도 이씨의 사망으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을 경험칙상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청해진해운 임직원들이 사고를 야기했고, 세월호 선장 및 선원들은 자신들만 먼저 퇴선했다"면서 "당시 123정 김 전 정장은 국민의 생명·안전에 대한 보호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 결과 망인을 비롯한 희생자들은 구체적인 상황을 알지 못한 채 선내에서 구조세력을 기다리다 사망에 이르게 됐다"며 "세월호 사고로 인해 A씨와 B씨는 엄청난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세월호 사고가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이 중대하고 다시는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할 필요가 큰 점 등의 사정이 있다"며 "위자료 산정에 있어 이런 특수한 사정을 참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손해배상 범위에 대해 "국가배상법에 의하면 사망에 대한 위자료 기준에 관해 특별한 가감 사유가 없는 한 피해자의 장인, 장모 및 시부모에 대해 형제자매와 같은 수준(본인 위자료의 8분의 1 수준)의 위자료를 인정하도록 규정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씨가 A씨와 B씨와 동거하게 된 경위 및 기간 등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참작해, A씨와 B씨의 위자료를 각 1000만원으로 정한다"고 판결했다.
jasonchoi@fnnews.com 최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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