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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횡령·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강덕수 전 STX 그룹 회장(71)에게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강 전 회장은 1심에서 분식회계 혐의가 인정되며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 분식회계 등 주요 혐의 상당부분이 무죄로 인정되며 집행유예로 석방된 바 있다.
검찰은 무죄 판단이 부당하다며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2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샐러리맨 신화‘로 불리우며 한때 직장인들이 선망하는 대상으로 꼽혔던 강 전 회장은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주요 혐의 상당 부분이 무죄로 인정되며 일정 부분 명예를 회복하게 됐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강 전 회장의 상고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회계분식.사기.자본시장법 위반 2심서 무죄
1973년 쌍용양회 평사원으로 입사, 제2의 김우중으로 불리며 '샐러리맨 신화'를 일군 강 전 회장은 30년간 직장생활을 하다가 50세에 뒤늦게 쌍용중공업을 인수하면서 사명을 STX로 바꿨다.
그러나 강 전 회장은 회삿돈 557억원을 횡령하고 계열사 자금 2841억원을 개인회사에 부당지원한 혐의로 2014년 5월 구속기소되며 위기를 겪었다. 강 전 회장은 2조3000억원대 분식회계를 통해 9000억원대 사기대출을 받고 1조7500억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한 혐의도 받았다.
1심은 강 전 회장의 2조3000억원대 분식회계 혐의 가운데 5841억원 상당만 유죄로 인정했다. 횡령.배임액도 679억5000만원만 유죄로 보고 2743억원 가량은 무죄로 판단, 징역 6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강 전 회장이 김모 전 STX 조선해양 CFO(최고재무책임자)와 공모해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혐의에 대해 1심과 달리 무죄로 판단했다. 환헤지 실패로 인한 STX조선해양의 손해를 회계에 그대로 반영하지 않는 과정에서 강 전 회장이 이를 알고도 묵인했다는 검찰 주장을 인정할 만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분식회계로 꾸민 허위 재무제표로 은행 대출 9000억원을 받은 혐의(사기)와 1조7500억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판매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도 1심과 달리 모두 무죄로 봤다. 2심은 또 그룹 10개 계열사가 1669억원 가량의 STX건설 기업어음(CP)을 매입하고 STX중공업에 대한 869억원 상당 연대보증을 제공한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배임)도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강 전 회장이 2011년 3월 경화동 STX 비즈니스파크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공사 선급금 명목으로 STX의 자금 231억원을 STX건설에 부당 지원한 혐의는 1심과 달리 유죄로 인정,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했다. 2심은 강 전 회장의 혐의 중 유죄 금액을 1심이 인정한 횡령·배임액 679억여원에 STX건설에 대한 부당지원(배임) 231억원을 추가해 총 910억여원으로 결론지었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계열사 지원, 무조건 배임 안돼
강 전 회장 사건은 그동안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배임죄 법리에 있어 기업가의 '경영상 판단'을 중시하는 쪽으로 기류가 변화하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동안 배임죄와 관련해 경영진이 고도의 경영판단에 따라 결정했으나 예측하지 못한 실패까지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모호한 기준을 적용한다는 비판을 사법부가 어느 정도 수용했다는 분석이다. 종전에는 임무 위배의 고의가 아닌 미필적 고의만 있어도 배임으로 처벌이 가능했지만 위험이 내재해 있는 회사경영 과정에서 예측이 빗나가 손해가 발생한 경우까지 책임을 묻는 것은 기업가 정신 위축으로 이어진다는 고민이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다.
실제로 강 전 회장 2심 재판부는 배임 논란을 의식한 듯 상당부분을 할애해 배임죄 일부 무죄 판단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2심 재판부는 "이번 사건처럼 기업집단의 총수 등 관계회사의 최고경영자 등이 극심한 자금난에 빠진 일부 계열회사를 지원하기 위해 다른 계열사의 유동성 지원을 모색하는 사안에서 이같은 자금난 타개가 기업집단 전체는 물론이고 자금지원을 하는 다른 계열회사 입장에서도 직간접적으로 실질적인 이익이 되는 경우라면 자금지원 자체만을 두고 배임행위라고 바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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