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MB의 추억?' 9급 공무원 수능과목 "올해 마지막"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01.09 11:56

수정 2021.01.09 12:15

MB정부 '고졸자 공직 진출확대' 위해 도입
사회·과학·수학만 공부해도 공직 진출 가능
고졸자 유입효과 적고 전문성 떨어져 비판
[파이낸셜뉴스]
작년 11월 2일 오후 서울 중구 봉래동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재수감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뉴스1
작년 11월 2일 오후 서울 중구 봉래동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재수감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뉴스1

9급 공무원 필기시험의 '고교 선택과목'이 올해를 끝으로 사라진다. 과거 이명박 정부가 고졸자의 공직 진출 확대를 목표로 도입한 제도다. 고졸자 유입 효과도 적은 데다 고교과목만 선택해 합격하는 신규 공무원 비율도 높아 행정서비스 품질이 저하된다는 지적이 계속되면서다.

■9급 필기 수능과목 10년만에 폐지

9일 인사혁신처와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9급 공무원 시험의 사회·과학·수학 등 고교 선택과목이 2022년 폐지된다. 2013년 도입된 제도로, 이명박 정부의 고졸자 공직진출 확대 정책의 하나로 시작됐다.


9급 공무원 필기시험은 총 5과목으로 구성된다. 필수과목 3개(국어·영어·한국사)와 전문지식을 평가하는 선택과목 2개다.

선택과목은 일반행정은 5개 과목 중 2개, 전문직렬은 6개 과목 중 2개를 선택하면 된다.

일반행정은 행정법총론·행정학개론·사회·과학·수학 5개 과목 중 2개를, 전문직렬은 행정학개론·사회·과학·수학에 전문과목 2개를 더한 총 6개 과목 중 2개를 선택하면 된다.

예컨대 세무직은 세법개론·회계학과 행정학개론·사회·과학·수학 중 2개를 택하면 된다.

'MB의 추억?' 9급 공무원 수능과목 "올해 마지막"

■'기소'가 뭐지?..포털 검색하는 검찰 수사관

문제는 고교과목만 선택해 합격하는 사례가 많아졌다는 점이다. 본래 취지와 달리 대학 재학생이나 졸업생이 수험기간 단축을 위해 전문과목 대신 수능과목을 선택한 것이다. 이는 곧바로 행정서비스의 품질 저하로 이어졌다.

2018년 세무직 9급 공채 합격자 중 전문과목을 전혀 선택하지 않은 비율이 65.5%에 달했다. 기본적인 법 용어를 몰라서 민원전화를 회피하거나 소극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현장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됐다. 한 세무직 공무원은 "현업에 투입되기 전에 교육을 받는데, 수능과목만 선택해 들어온 합격생들을 위해 따로 반을 편성해야 할 정도"라며 "교육을 받고도 역량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현업에서 불만이 많다"고 전했다.

검찰직 9급 수사관이 '기소(형사사건 피의자를 재판에 넘긴다는 법률용어)'라는 단어를 검색하기에 선배가 이유를 묻자 "어떤 의미인지 몰라서 그랬다"고 답변한 사례까지 있었다.

■고졸 유입 효과도 미미..합격률 1% 미만
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사진=뉴스1
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사진=뉴스1

고졸자 유입 효과도 미미했다. 이 제도가 도입된 이후 18~19세 9급 공채 응시인원은 꾸준히 증가했지만 합격률은 1% 내외에 불과했다.

고졸 응시자는 2012년 1083명에서 제도 시행 첫해인 2013년 3261명, 2016년 4120명까지 늘었다. 2019년은 2392명이다. 반면 최종합격자 수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6명, 3명, 3명, 10명에 그쳤다.

이 같은 이유로 올해를 마지막으로 공무원 시험에서 수능과목이 자취를 감추게 된 것이다.

9급 수험생들과 국민들도 수능과목 폐지 의견에 찬성 여론을 보탠 바 있다.
인사처가 2019년 9급 공채시험 응시자 7202명과 일반인 386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수험생 73%, 일반인 77.6%가 고교과목 선택제 폐지에 찬성했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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